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이 대기업에 빌려준 자금 중 최대 48조 원이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들이 대기업에 빌려주거나 투자한 자금은 221조 원이었다. 이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 및 투자금이나 1개월 이상 이자, 원금을 갚지 못한 ‘요주의 이하 여신’은 모두 48조1000억 원이었다. 대기업에 대한 전체 대출, 투자금 중 21.8%가 부실 위험에 놓여 있는 것. 국내 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 규모(1일 이상 원금 연체 기준) 역시 지난해 말 현재 1조2000억 원으로 2011년 말 3000억 원의 4배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업황 부진이 누적되고 있는 건설, 조선 등은 대기업 주력계열사인 경우가 많아 부실 위험이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6% 하락해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건설업(―3.0%)과 서비스업(―1.0%) 생산도 감소했으며 향후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가계부실 위험도 커졌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대출을 받은 30세 미만 청년층의 절반가량인 48.3%는 제2금융권,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었다. 또 3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등 청년층과 고령층의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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