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7월까지 30여 곳의 퇴출 기업을 선정한다. 발 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일부 기업의 부실이 한국 경제 전체의 위험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권에서 빌린 돈(여신공여액)이 500억 원을 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에 나섰다.
금융권은 조선, 해운, 건설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 내 기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6월 말까지 신용위험 평가를 마무리한 뒤 평가 등급에 따라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등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우선 전체 대기업 계열사를 검사해 500∼600여 개 업체를 ‘세부평가 대상’으로 가려낸 뒤 정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7월까지 이들 기업은 A∼D등급으로 분류된다. A·B등급은 큰 문제가 없지만 C등급에 해당하면 채권단과 워크아웃 약정을 맺은 뒤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정상화 절차에 들어간다. D등급을 받으면 채권단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 사실상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통한 퇴출 수순을 밟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지만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몇 년째 지속했으므로 작년보다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36개사가 C등급과 D등급으로 분류됐다. 당국은 개별 대기업 계열사와는 별도로 STX 등 대기업 그룹에 대한 재무구조도 평가해 부실한 그룹을 대상으로 하반기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중소기업 대책도 마련한다. 금감원은 2일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이달부터 시행한다.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때 협력업체가 해당 대기업으로부터 미래에 받을 돈을 담보로 받은 대출의 상환을 130일간 유예해줄 방침이다. 이 방안을 시행하면 당장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은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 1400여 곳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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