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소비의 주력 세대로 떠오르면서 50대 이상 시니어를 잡기 위해 기업들이 초대형 ‘연합전선 구축’에 나섰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대회의실. LG, CJ, 농심 등 기업의 신사업추진부서 및 ‘시니어 비즈니스’ 부서 임직원 5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국내 최초의 ‘시니어 협의체’ 구성을 협의하기 위한 첫 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협의체 구성에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개별 회사별로 시니어 사업을 펼치는 것보다 다양한 업종의 회사가 머리를 맞대는 게 관련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5일에는 시니어 협의체 구성을 위한 2차 회의가 열린다.
○ 한국 최초의 시니어 협의체 출범
시니어 협의체란 베이비부머 등 시니어세대를 위한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협회, 공공기관으로 구성된 단체를 뜻한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시니어를 위한 상품 개발에 나서거나 시니어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해 산업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 현재 태동하고 있는 시니어 협의체에는 금융, 제약, 식품, 여가 등 다양한 업종의 대표기업과 함께 서울시, 국민연금공단, 노사발전재단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도 참가한다.
시니어 협의체에 참여가 예정된 기업은 총 38개사다. 녹십자, 한미약품 등 제약회사와 농심, 남양유업 등 식료품 회사, 채용정보 업체인 잡코리아 등이 참여를 앞두고 있다. LG와 CJ그룹은 LG전자, CJ제일제당 등 시니어 비즈니스 산업과 관련한 계열사를 가능한 한 많이 참여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은퇴자 재취업 및 노후교육 부문에서는 노사발전재단과 서울시, 국민연금 등 공적 기관도 협의체에 참여한다.
참여 기업들은 시니어 고객을 공유하고 노하우와 전문 인력을 교류하는 등 시니어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벌이게 된다. 협의체에 포함된 회사의 고객이 다른 협의체 구성사의 제품을 구매할 경우 가격 할인을 해주거나 융합상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박기호 소장은 “CJ계열의 멀티플렉스극장인 CGV에서 시니어를 위한 영화 축제를 할 때 협의체의 다른 회사가 자사 상품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시니어 삶의 질 향상될 것
시니어 협의체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그러나 은퇴자 커뮤니티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시니어 협의체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미국의 경우 1958년 설립된 미국은퇴자협회(AARP)를 중심으로 정부와 각 기업, 연구기관 등이 협력해 간병 교육 건강 등 10개 영역에 대한 서비스를 공동으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시니어 협의체의 활동은 현지 시니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갔다. 비자카드는 AARP와 제휴를 맺고 같은 협의체 소속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사와 하트포드 보험사를 이용할 경우 가격 혜택을 제공했다. 역시 시니어 협의체에 포함된 체이스은행의 경우 AARP 회원에게 무료 자산관리 상담이나 ATM기 무료 수수료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100세시대연구소 박 소장은 “고령화가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되는 거름이 될 수 있도록 시니어 협의체가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과도 협의체 참여를 위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협의체가 시니어를 위한 산업을 활성화해 시니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장은 “시니어 협의체가 구성되면 여러 기업과 기관이 함께 고령자 문제를 협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며 “협의체가 대표로 정부에 시니어를 위한 정책을 요구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도 크다”고 평가했다.
강창희 미래와금융연구포럼 대표는 “협의체에 참여한 기업이 지나치게 상업성을 띠면 부작용이 날 수 있다”며 “상품을 파는 데만 골몰하지 말고 시니어를 위한 은퇴교육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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