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가격을 깎도록 하는 ‘사용량 연동 약가 인하제’ 확대에 대해 제약업계가 강하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미 시행된 10여 개의 약가 인하 정책만으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와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4개 단체는 8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사용량 연동 약가 인하제’에 따른 보험의약품 가격 인하 폭을 현행 10%에서 ‘15%+α(알파)’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약품(신약)을 건강보험에 등재할 때 제약사가 제시했던 예상 사용량보다 실제 사용량이 30% 이상 늘면 최대 10%까지 약품 가격을 내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또 보건복지부는 의약품의 연간 매출 증가폭이 일정 기준(50억 원)을 넘었을 때에도 새롭게 가격 연동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항들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 중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보건복지부의 새로운 정책이 적용되면 약가 인하 폭이 실제로는 2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매출 증가액이 50억 원을 넘는 제품이 연동제 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가격 연동제를 강화하려는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행 규정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부터다. 매출액이 큰 제약사들이 연동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매출증가율을 인위적으로 조율하고 있다는 의심도 작용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다. 4개 제약단체는 “2010년 당시 보험 등재 의약품 목록정비사업으로 약가가 7800억 원 인하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7000억 원대의 약가가 일괄 인하돼 제약업계가 이미 ‘카운터펀치’를 맞은 상태”라고 밝혔다. 업계는 제도 확대를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거시적 조망 없이 약가 인하 정책만 남발되면 개별 기업의 신약 연구개발(R&D) 활동이 위축돼 결국 ‘국민의 신약 접근성’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제약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정하고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성장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목표도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사용이 장려되고 있는 복제약까지 연동제 약가 인하에 포함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태도다. 제약회사 관계자는 “사용량·약가 연동제를 시행 중인 다른 나라들도 복제약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약가 인하에 따른 제품 간 상대가격 변화가 시장 구조를 왜곡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는 한국 시장 철수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국적 제약사의 한 임원은 “본사에서 혁신적 신약을 출시했지만 적절한 약가를 못 받을 경우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며 “신약을 한국을 제외한 중국 등 다른 나라에만 출시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사용량 연동 약가 인하제 ::
예상치보다 실제 사용량이 많은 약품의 가격을 최대 10% 인하하도록 하는 제도. 신약은
제약사와 정부가 건강보험 등재 약품의 값을 협상할 당시 산정한 예상 사용량보다 실제 사용량이 30% 이상 높은 경우(2차 연도는
60%)에 적용. 복제약과 2007년 1월 이전에 등재된 신약은 4차 연도 사용량이 전년보다 60% 증가할 때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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