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 자주 찾는 주부 황모 씨(36)의 장바구니는 늘 가볍다. 실물은 백화점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만 정작 물건은 인터넷쇼핑몰에서 할인된 가격에 사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사도 서점에서 먼저 훑어본 뒤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황 씨의 이런 쇼핑 습관은 최근 펀드에 가입할 때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증권사 지점을 찾아 상담을 받은 뒤 수수료가 싼 그 증권사의 홈페이지에 가서 가입신청을 한 것이다. 황 씨는 “똑같은 상품인데 굳이 한 푼이라도 수수료를 더 낼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황 씨처럼 오프라인에서 상담을 받은 뒤 수수료가 저렴한 온라인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체리피커 투자자’가 늘고 있다.
○ 펀드도 온라인구매가 인기
금융업계에서 체리피커가 가장 많았던 분야는 신용카드업계. 하지만 최근에는 펀드시장에서도 체리피커 투자자가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펀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투자상품이어서 전문가와 직접 상담하고 가입하는 ‘대면 거래수요’가 높은 금융상품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주식거래가 활발한 것과 달리 온라인 펀드시장은 성장 속도가 더뎠다.
하지만 최근 저렴한 수수료를 앞세운 온라인 전용 펀드가 늘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온라인 전용펀드 설정액은 1조9473억 원으로 2008년 말 9869억 원보다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었다.
오프라인에서 가입할 때 판매수수료를 먼저 떼는 ‘A형 펀드’는 매년 펀드 순자산의 1.0%를 판매수수료로, 0.7%를 판매보수로 내야 한다. 이에 비해 온라인 펀드(A-e)는 각각 0.6%, 0.42%만 내면 된다. 똑같이 1000만 원을 투자한다면 온라인 펀드는 수수료 등에서 6만8000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에 증시 부진까지 겹치며 금융상품 수익률이 많이 떨어지자 온라인 펀드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소비자들이 수수료에 민감해졌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온라인 펀드의 판매수수료 및 판매보수를 각각 0.1%포인트가량 낮출 방침이다. 또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펀드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의 도입도 추진 중이어서 온라인 펀드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 생명보험도 온라인 전용회사 설립 검토
펀드뿐 아니라 다른 금융상품의 온라인 시장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과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 등 판매채널을 거치지 않는 ‘다이렉트’ 온라인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은행 중에서는 2년 전 KDB산업은행이 지점 개설 비용을 줄여 다른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한 다이렉트상품을 처음 내놓아 큰 인기를 누렸다.
보험업계에서는 AXA다이렉트손해보험처럼 아예 온라인으로만 영업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다이렉트 부문이 빠르게 성장해 올해 전체시장의 4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저축보험, 보장성보험 등 다른 상품에서도 온라인 부문이 확대되고 있어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온라인 생명보험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나 지점 직원에게는 상담만 받고 온라인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며 “보험료가 저렴하고 서비스도 큰 차이가 없어 온라인 시장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체리피커 ::
케이크 위의 체리만 골라먹듯 기업 등이 제공하는 혜택과 부가서비스를 잘 챙기는 실속형 소비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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