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벤처기업인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엔젤펀드 ‘에스브이(SV)엔젤’의 투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론 콘웨이 씨와 함께 SV엔젤을 공동 창립한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리 파트너(43)는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정부는 기업이 아니라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력한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1∼3일 열린 테크콘퍼런스 ‘비론치’ 참석차 방한했다.
리 파트너는 팀 버너스리가 개발한 월드와이드웹(WWW)과 미국 국방성이 개발을 주도한 위성항법장치(GPS)가 최근 소프트웨어 창업의 기반이 된 것을 예로 들며 “정부의 역할은 창업을 돕는 이공계 기술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창업기업)의 주체는 창업자이고, 엔젤과 벤처캐피털은 창업가의 성장을 돕는 투자자라는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창업기업 직접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좋은 싹을 골라 수익을 내는 것은 민간의 영역이니 학교와 연구기관을 지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2003년 구글에 입사해 신사업개발팀을 이끌었고, 이후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스텀블어폰’이라는 소셜미디어를 창업해 이베이에 매각했다. 2009년에는 본인의 창업 경험을 살려 SV엔젤을 설립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투자 활성화 방안으로는 감세(減稅)를 들며 “세금 감면은 금융이 돌아가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말했다. 리 파트너는 “미국은 특정 기업에 1년 이상 투자하면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 준다”며 “반면 최근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벤처기업 투자로 얻은 수익에 대한 세율을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엔젤과 기업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벤처기업에 투자한 뒤 3년 이상 유지하면 양도차익에 비과세를 적용하는데 현재 중소기업청은 투자대상 기업을 다른 중소기업으로 넓힐 것을 추진 중이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운 한국의 창업문화를 두고 리 파트너는 “투자한 기업이 실패한다면 그 책임을 창업자에게 돌리지 말고, 기업을 잘못 고른 자신의 선구안을 탓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횡령 등 윤리적 문제를 저지르지 않는 한 실패의 책임을 전혀 묻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엔젤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의 협업이 창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SV엔젤과 와이콤비네이터가 진행한 ‘스타터 펀드’다. 그는 “와이콤비네이터가 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SV엔젤이 자금을 대면서 드롭박스와 에어비앤비가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며 “한국에서도 엔젤과 인큐베이터의 협업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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