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 지탑스(G-Tops) 대표는 자칭 ‘글로벌 장돌뱅이’다. 지탑스는 에너지 공기업인 남동발전과 협력사들이 공동 출자한 무역회사. 김 대표의 임무는 세계의 전력회사들을 찾아다니며 남동발전과 거래하는 중소 발전 기자재업체 제품들의 해외 판로를 뚫는 것이다.
김 대표는 “남동발전이 해외에서 쌓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수출 초짜’인 중소기업이 뚫기 힘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면서 “강소기업들을 ‘우물 밖(해외 시장)’으로 끌어내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1일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늘리는 방안 중 하나로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전문무역상사 활성화 방안이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회의에서 전문무역상사의 모범 사례로 지탑스를 꼽았다.
지탑스 설립 아이디어는 2011년 남동발전과 협력사 간의 간담회에서 나왔다. 당시 간담회에서 협력업체들의 해외영업 역량이 떨어져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수출을 대행해 주는 회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 이들은 수출 대행기업을 외부에서 찾는 대신 회사를 만드는 길을 택해 지난해 2월 지탑스를 설립했다. 이전에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단’ 등이 조직된 적이 있지만 큰 기업과 그 협력업체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수출을 대행하는 무역회사를 세운 건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남동발전의 협력업체 16곳과 남동발전은 각각 71 대 29의 비율로 자본금을 공동 출자했다. 협력사가 의결권을 갖되 발전 기자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남동발전 출신을 지탑스 대표로 임명해 남동발전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한다는 계산이었다. 또 출자하지 않았더라도 남동발전과 거래하는 다른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도 대행해 주기로 했다. 남동발전은 협력사들에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남동발전은 최신식 발전소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 협력사의 제품을 전시해 놓고 해외 바이어들이 올 때마다 이곳을 방문하도록 했다.
설립 1년여 만에 지탑스는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전력청의 전력설비,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수담수화공사 등에 발전 기자재를 납품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란 석유화학회사의 플랜트에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누적매출이 110억 원을 넘어섰고 올해 수출 목표는 500만 달러(약 55억 원)다.
정부는 올해 안에 대외무역법을 개정해 중소기업 제품 수출 비중이 30∼50%인 전문무역상사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출이 대기업 위주로 이뤄졌고 중소기업은 내수 위주의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치다 보니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 쏠렸다는 판단에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제조업체 33만 개 중 수출기업은 8만6000개로 27%에 그친다. 이런 가운데 2009년에 무역상사 제도가 폐지된 영향으로 전문무역상사의 수는 2009년 250개에서 2012년 160여 개로 급감해 중소기업의 수출 판로가 더 좁아졌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소기업 수출을 위한 무역상사를 적극 육성해 한국 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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