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다습한 날이 잦고 여름이 길어지면서 제습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덕분에 2009년 4만여 대 판매에 그쳤던 국내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 50만 대로 급속히 커졌다. 관련 업계는 올해는 시장 규모가 지난해의 두 배인 100만 대, 액수로는 400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들어 제습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1분기(1∼3월) 제습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1위 업체인 위닉스가 약 300%, 2위인 LG전자도 30%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가전업계는 제습기 시장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가장 큰 까닭으로 국내 기후 변화를 꼽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매년 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은 많아졌다. 아열대성 기후의 특징인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제습기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기온이 높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업계 관계자들은 제습기 시장 규모도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원룸 수요가 늘어나는 주거환경의 변화도 제습기 시장 확대의 한 원인이다. 제습기를 사용하면 원룸에서 빨래를 말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10시간 정도 걸리는 것이 제습기를 틀어놓으면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가전업계의 설명이다.
제습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달라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LG전자 베스트숍에서 만난 주부 이미정 씨(32)는 “장마철에는 에어컨뿐 아니라 집안을 뽀송뽀송하게 해주는 제습기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리 사러 왔다”며 “예전에는 제습기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위닉스 관계자는 “작년에는 준비한 물량을 다 쏟아 부었는데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물량을 2배 이상 준비했다”며 “올해 처음으로 TV 광고도 제작해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통상 새 제품을 내놓는 시기보다 보름 정도 빠른 지난해 말 신제품을 출시했다. 제품 라인업도 전년보다 2배 이상 확대했다. 곽준식 LG전자 AE한국마케팅담당 상무는 “제습기 시장의 급성장에 맞춰 올여름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신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가구당 제습기 보급률은 아직 7% 정도에 불과하다”며 “2000년대 초반 10% 수준이던 김치냉장고 보급률이 현재 90%에 이르는 것처럼 제습기 시장도 급속히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국내 제습기 시장 점유율은 위닉스가 40%, LG전자가 21%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코웨이, 삼성전자, 위니아만도, 동양매직, 리홈 등이 선두권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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