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패션 부문 브랜드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수익이 나지 않는 브랜드는 과감히 접고, 글로벌 성장이 가능한 브랜드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제일모직은 6일 캐주얼 브랜드 ‘후부’ 사업을 14년 만에 접는다고 밝혔다. 후부는 미국 캐주얼 브랜드로 제일모직은 1999년부터 후부의 라이선스 브랜드 사업을 벌여 왔다. 지난해 2월에는 서상영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해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시도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정구호 전무까지 후부 사업에 개입했으나 수익성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제일모직은 결국 후부를 시장에서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후부의 매장 수는 현재 48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해 잘되는 브랜드에 자원을 쏟기 위해 후부 사업을 접기로 했다”며 “후부에 쏟았던 자원은 ‘에잇세컨즈’나 ‘빈폴 아웃도어’ 같은 성장성 있는 신생 브랜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일모직은 영입했던 스타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도 수익성을 잣대로 엄격하게 평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제일모직이 영입한 스타 디자이너 한상혁 씨가 지난달 회사를 떠났다. 한 씨는 제일모직 남성 브랜드 ‘엠비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엠비오의 디자인과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제일모직의 패션 구조조정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윤주화 패션 부문 사장이 이끌고 있다. ‘재무통’인 윤 사장이 올해 초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으로 부임하자 업계에선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패션 부문과 케미컬·전자재료 부문을 사장 한 명이 총괄했지만 윤 사장이 취임하면서 패션 부문을 따로 맡았다.
제일모직은 최근 자사 브랜드의 노후화와 소비 침체로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는 브랜드가 없다’는 위기의식에 시달려 왔다. 제일모직 패션부문 매출은 지난해 약 9.6%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약 9% 하락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제일모직의 전통 브랜드들은 저력이 있지만 최근 소비 침체와 아웃도어 열풍에 밀려 새로 뜨는 브랜드가 적은 게 사실”이라며 “해외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를 키우려면 우선 경영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향후 자사 여성복 브랜드의 사업성도 재검토하는 한편 중국에 진출한 브랜드 가운데 수익성이 좋지 않은 브랜드를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브랜드가 퇴출돼도 해당 인력은 다른 사업부로 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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