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예술주의다운 디자인. 리터당 20.2km(1.4 모델)의 놀라운 연비. 그러나 드라이빙 퍼포먼스엔 까칠한 여인. 시트로엥 ‘DS3’를 몰아본 느낌은 대략 그렇다.
올 상반기 수입된 세단들 중에서 디자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모델을 꼽으라면(물론 필자 주관이지만) 주저하지 않고 시트로엥 ‘DS3’라고 말할 수 있다.
시트로엥 ‘DS3’는 연비와 스타일, 다양한 공간 활용성으로 인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해치백 모델이다. 경쟁 차종인 폭스바겐 골프가 단정하고 정직한 스타일이라면 DS3는 한껏 멋을 부렸다. 자유로우면서도 예술적인 감각을 더한 이른바 프랜치 시크(French Chic)다.
참 예쁘고 연비도 좋다. 그런데 이 차, 장미도 아닌데 가시가 있다. 엄청난 변속 충격이 그것이다. 그 점만 개선된다면 더 없이 사랑스러울 텐데.
● 내 맘대로 컬러 선택…디자인 만족도 GOOD!
DS3는 루프(지붕), 바디, 리어뷰 미러, 대쉬보드, 휠캡 컬러를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예술의 나라인 프랑스 특유의 컬러 감각이 그야말로 톡톡 튄다.
차량에 사용된 컬러 이름도 독특하다. 섹시한 여성의 붉은 입술을 연상시키는 체리 레드를 비롯해 이탈리아 유명 화가 보티첼리가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보티첼리 블루,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스포츠 옐로, 상큼한 과일 플럼 향이 입안 가득 퍼질 것 같은 퓨시아 등 기존 차량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실내 인테리어는 외관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비행기 콕픽 스타일로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든다. 수입 세단에서 기대하는 프리미엄한 이미지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 연비는 좋지만…내겐 너무도 힘든 변속 충격
DS3는 1.6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VTi So Chic 모델(2990만원, 연비 19km/l)과 1.4 e-HDi 엔진을 장착한 e-HDi Chic(2890만원, 연비 20.2km/l) 두 가지 타입.
특히 1.4 모델의 연비는 무려 20.2km/l다. 서울 시내를 사흘 동안 돌아다녔지만 연료게이지는 단 1칸만 뒤로 물러섰을 뿐이다. 실제로 DS3의 연비는 2012년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실시한 공인 연비 테스트(187개 모델 중)에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디자인과 연비는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차량의 본질인 드라이빙 퍼포먼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변속 충격이다. 기어 단수가 올라가거나 내려올 때마다 ‘울컥’하는 변속 충격에 멀미가 날 정도다. 가속을 천천히 해서 변속 충격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노력도 무용지물이다. 변속 레버를 + -로 조절하면서 기어 변속을 해봐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가속 추월시의 섬세한 드라이빙은 아예 불가능할 정도다. 드라이빙 포지션 역시 높은 편이어서 다소 불안하다.
‘디자인이 최고’라거나 ‘연비만 좋으면 모든 게 용서된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훌륭한 차다. 하지만 드라이빙 퍼포먼스와 편안함을 따진다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직접 시승해 보고 의사결정 할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