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명이 무대로 나와 가수 싸이의 ‘시건방춤’을 추자 강의실은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근로자의 날에 쉬지도 못하고 출근한 임직원 60여 명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다목적홀. 삼성전자와 동아일보, 서울 관악구가 함께 운영하는 청년드림 관악캠프의 ‘꿈 멘토링’에 참가한 이들이 420여 객석을 가득 메웠다.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221명, 서울관광고등학교 187명의 학생들이 모여 향후 진로와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김도영 삼성전자 반도체메모리사업부 과장(37)의 강연과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이진영 동아일보 기자의 자기소개서 쓰는 법 등의 강연이 이어졌다.
○ 수줍음 많던 소녀가 스티브 잡스처럼 발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소정 양(18·서울여상 3학년)은 자신의 꿈에 대해 똑 부러지게 프레젠테이션을 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박 양은 수줍음 많고 먼저 나서는 법이 없던 자신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바뀐 것은 작년에 꿈 멘토링 이벤트에 참여한 덕분이라고 했다. 박 양은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얻게 됐다”며 다른 학생들에게 이 행사를 적극 활용하라고 권했다. 직접 준비한 자료를 활용해 훌륭히 발표를 해내는 그의 모습에 사회자는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을 따 ‘스티브 소정’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했던 김 과장의 이야기도 학생들의 주목을 끌었다. 김 과장은 “어릴 적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꿈을 삼성전자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이뤄 가고 있다”며 “계속 도전하고 실행한다면 시행착오를 겪을지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결실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2009년 삼성전자공과대(SSIT)를 수석 졸업하며 못 다했던 공부의 한을 푼 그는 “분야가 무엇이든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의사, 연예인 말고도 다양한 길 있어”
강의가 끝난 후에도 삼성전자 임직원들과 학생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한동안 얘기를 주고받았다. 멘토로 나선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면접 요령뿐 아니라 직장생활 고충 등 인생 선배로서 자신의 경험담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멘토들은 이 행사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자료를 준비하고 새 옷도 장만했다며 의욕적인 태도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마치 언니, 오빠들을 대하듯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멘토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적부터 자신의 진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귀 기울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해 데리고 온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에서 교사가 아무리 잘 가르쳐도 현장에서 일하는 기업체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영순 삼성전자 사회봉사단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역할모델이 사실상 의사, 판검사, 연예인 등으로 한정돼 있는 게 현실”이라며 “오늘 행사에 삼성전자 마케팅, 영업, 기획, 개발 등 다양한 부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것은 세상에는 적성에 맞는 많은 일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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