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구조조정 업무를 떠맡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3조3322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예보 사장의 지난해 연봉은 전년보다 17%(4527만 원) 올라 3억1202만 원이 됐다. 기본급은 600여만 원 오르는 데 그쳤지만 성과급이 4000만 원 가까이 오른 덕분이었다.
지난해 예보 사장이 높은 성과급을 받은 이유는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의 재산에 대해 신속한 동결 조치를 취하는 등 자산 관리를 잘하고 손실 규모를 줄여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해 경영실적이 나쁘거나 부채가 많은 공공기관의 기관장들 중 일부가 억대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정부가 재정으로 벌여야 할 사업을 대신하거나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나빠진 건 사실이지만, 수익을 내지 못한 공공기관장이 많은 성과급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공공기관 통합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295곳 중 순이익을 전혀 내지 못한 공공기관 104곳의 기관장이 총 29억89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04개 기관의 기관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총 137억9500만 원이었으며 이 중 성과급이 21.7%를 차지했다. 정부는 당기순이익 등 경영 실적과 경영평가단 등 외부 평가를 토대로 공공기관의 성과를 평가해 기관장의 성과급에 반영한다. 공기업의 경우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을 경우 해당 기관장은 기본급의 200%까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기관별로 보면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이 기타성과상여금 3억2500만 원을 받아 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았다. 지난해 공공기관 295곳 중 연봉 1위인 정책금융공사 사장의 연봉 5억100만 원 중 64.9%가 성과급이었던 것. 정책금융공사는 지난해 2046억 원의 적자를 냈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해 부실자산을 떠안은 정책금융공사는 이자 상환 등으로 매년 7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그걸 빼면 5000억 원 정도 이익을 낸 것이다 그런 점을 평가받아 정부의 경영성과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3조78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본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성과급은 1억3600만 원이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직원 2만 명을 거느린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이라면서 “그런 기관의 최고 경영자가 1억36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은 게 많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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