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사는 주부 최유리 씨(32·여)는 최근 간장, 고추장을 모두 염도가 낮은 ‘저염 제품’으로 바꿨다. 최 씨는 “저염 상품이 많게는 2000원 가까이 더 비쌌지만 지갑은 더 손쉽게 열렸다”며 “짜게 먹는 식습관을 바꾸고 ‘저염식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 시장에서 특정 상품군의 전체 매출은 줄거나 정체인 가운데 건강을 강조한 제품의 매출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건강한 먹거리를 선호하는 ‘가치 소비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경향은 조미료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다. 조미료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공 조미료 시장 규모는 2011년 1866억 원대에서 지난해 1670억 원대로 줄었다. 반면 화학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천연 조미료 시장은 같은 기간 3억 원에서 50억 원대로 성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가공 조미료 매출은 2011년보다 7억여 원 줄었지만 천연 조미료는 매출이 5억여 원 늘었다”고 밝혔다.
간장 시장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최근 2년간 2000억 원대 규모(시장조사업체 AC닐슨 자료)를 유지하고 있는 간장 시장에서 염도를 낮춘 ‘저염 간장’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띈다. 롯데마트에서 1∼4월 양조간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지만, 저염 양조간장 매출은 158.2%로 증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샘표의 ‘저염간장 미네랄’은 일반 상품보다 1500원 비싼데도 매출 증가세는 더 높다”고 말했다.
설탕 시장에도 참살이(웰빙)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시장 규모가 업계 추산 32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 설탕의 매출은 유독 크게 뛰고 있다. 롯데마트의 설탕 매출은 2011년 110억 원대에서 지난해 100억 원대로 감소했다. 반면 CJ제일제당의 ‘백설 자일로스 설탕’은 1억5000만 원대에서 4억 원대로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설탕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웰빙 감미료인 올리고당 제품군의 1∼4월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열대과일인 코코넛 껍질에서 추출되는 자일로스 성분은 설탕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되는 것을 억제해 설탕 흡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짠맛을 줄인 된장과 쌈장도 나왔다. 신송식품은 자사 기존 된장 대비 염도를 25% 이상 줄여 구수함은 살리면서 짠맛은 줄인 된장과 쌈장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짠맛이 덜한 치즈, 소금을 줄인 햄, 소금을 줄인 포기김치 등 다양한 저염 식품도 나왔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과 심신을 치유하려는 ‘힐링’이 트렌드로 생겨나면서 관련 매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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