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배농협은 지난해 미국과 독일, 홍콩 등 11개국에 배 1880t을 수출했다. 수출액은 68억 원에 이른다. 천안배농협 경제사업 매출액(500억 원)의 13.6%에 해당한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과테말라에 배 6.5t을 수출했다. 금액은 3000만여 원에 불과하지만 중남미 지역에 처음으로 배 수출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크다.
천안배농협은 1959년 설립된 배 전문농협으로 매년 10∼13개 국가에 2000t 안팎의 배를 수출하고 있다. 배 수출은 1986년 10월 미국에 보낸 배 73t으로 시작했고 20여 년 동안 규모를 키워서 지난해에는 미국 시장에만 1761t을 보냈다.
초창기 미국 시장의 주 소비층은 교민이었다. 한국산 배는 현지인들에게 낯설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수요가 많지 않았다. 유통망도 부실했다. 하지만 천안배의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지인의 구매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 팔리는 천안배의 40%는 현지인들이 소비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천안배농협 심훈기 상무는 “국가별로 음식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배 수출이 어렵고 더디게 진행된다”며 “한국산 배의 품질을 현지에서 인정할 때까지 끈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배농협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동남아 등 배 수출 대상국을 늘리기 위해서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고 시식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2011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2011 아누가(ANUGA) 식품박람회’에선 체코 바이어와 배 6t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천안배가 동유럽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는 올해 1월 천안배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침서인 ‘천안배 재배매뉴얼’을 발간했다. 재배매뉴얼에는 △월별재배관리 기술 △생리장해 및 병해충 방제요령 △최신 배 재배기술 등이 수록됐다. 이번 지침서 제작에는 재배기술 전문가와 배 재배농가, 배 관련 업체, 대학교수 등이 참여했다.
배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최근 중국산 배가 유럽과 동남아 시장 등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해외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배는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물량 공세를 펼치기가 어렵다. 결국 배의 품질로 승부해야 하고 일본 배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하늘그린(천안배)’, ‘나주배’, ‘평택배’ 등 다양한 이름으로 팔리는 배의 수출 브랜드를 하나로 묶는 브랜드 통일 작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천안배와 나주배, 평택배 등 다양한 이름으로 한국산 배가 소개되면 현지 소비자들은 국내 배를 쉽게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업계에선 “미국산 오렌지가 생산지역에 상관없이 하나의 상표로 수입되듯이 한국산 배도 ‘한국’이라는 통일된 브랜드로 수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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