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최연소-최고령 보험왕… 그들에게 듣는 ‘영업의 달인’ 비법

●23세 이진아씨 “경험부족, 전문지식으로 메워”… 딸처럼 다가갔더니
●74세 이묘순씨 26년 개근 “발품이 최고 무기”… 엄마처럼 품었더니

“사범대까지 나온 처녀가 교사나 하지 왜 보험 영업을 해?”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인사처럼 들리는 질문. 이진아 씨(23·여)는 지난해 4월 삼성생명 보험설계사가 됐다. 사범대 지리교육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이다.

이 씨는 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49회 삼성생명 연도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1300여 명의 본상·신인상 수상자 중 최연소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4년제 대학교를 나온 이 씨가 왜 젊은 나이에 보험 영업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을 갖는다. 이 씨도 처음부터 보험 영업에 푹 빠진 건 아니었다. 사업을 하는 어머니가 처음 이 씨에게 보험 일을 권유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는 “3개월이나 버티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씨도 ‘보험은 아프면 돈 타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처음에는 잘 맞지 않았다. 내용도 어렵고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 남몰래 운 적도 많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흥미가 생겼다. 단순히 돈을 타먹는 게 아님을 알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선배 설계사들에 비해 연륜이 부족한 이 씨가 찾은 영업 전략은 전문성이다. 고객에게 보험을 소개하기 전 항상 세밀하게 내용을 살핀다. 이러한 자세는 비슷한 또래에게 잘 통한다. 생애 주기별로 그림을 자세히 그려가며 ‘언제 소득이 줄어들고 왜 자산 관리가 중요한지’ 설명하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곤 이 씨가 그린 그림을 꼭 챙겨간다.

고객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도 필수다. 이 씨는 고객에게 항상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판촉용으로 나온 사은품도 그냥 전달하는 법이 없다. 얼마 전 쌈채소가 사은품으로 나왔을 때, 이 씨는 쌈채소를 선물하며 “황사 온다는데 이 야채 드시면서 목 안의 먼지 모두 털어내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딸 같은 설계사의 한마디에 감사의 응답이 쇄도했다. 이 씨가 사범대에서 배운 지식도 고객의 감성을 움직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씨는 “교사와 보험설계사 모두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꾸준함은 모든 ‘보험 영업의 달인’들이 갖고 있는 핵심 원칙이다. 이번 연도상 시상식에서 최고령 수상자로 선정된 이묘순 씨(74·여)는 26년 동안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한 번도 결근한 적이 없다. 매일같이 발품을 팔며 고객을 찾았다. 노력은 성과로 이어진다. 이 씨는 올해 연도상 수상이 20번째다. 이 씨는 “저를 믿고 있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진아 씨도 이묘순 씨처럼 오랫동안 고객들을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언젠가는 해외 지사장으로 나가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보험 영업의 재미를 제대로 찾은 이진아 씨, 이제는 주변의 의문 섞인 우려에 당당하다.

“어머님, 돈의 흐름을 알고 자산을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데요. 그래야 시집도 잘 가요. 그리고 저 한 달에 보통 1000만 원 벌어요.”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