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결혼한 양은수 씨(27·여)는 혼수로 컴퓨터 본체를 모니터 안에 집어넣은 일체형 PC를 샀다. 부팅하지 않고 바로 TV를 볼 수 있고,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게임과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등 쓰임새가 많기 때문이다. 투박한 데스크톱 PC와 달리 디자인이 깔끔해 집 안 어디에 둬도 손색없는 인테리어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 그가 일체형 PC를 선택한 이유다.
양 씨는 “일체형 PC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휴대할 수는 없지만 성능이 뛰어난 데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체험할 수 있어 최근 필수 가전제품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PC 시장이 내리막을 걷고 있지만 유독 일체형 PC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1457만 대 규모였던 일체형 PC 시장의 규모가 연평균 10.1% 성장해 2017년에는 259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최근 자료에서 데스크톱은 향후 5년간 평균 3%의 마이너스 성장을 하겠지만 일체형 PC는 같은 기간 평균 5.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체형 PC 시장에 주목했다.
일체형 PC 시장은 1998년 애플 ‘아이맥’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열렸지만 2008년까지만 해도 규모가 데스크톱 시장의 1.2%에 그칠 정도로 미미했다. 그러나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지난해에는 데스크톱 시장의 8%로 커졌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지난해 전체 데스크톱 시장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데스크톱보다 비싼 일체형 PC의 가격이 점차 떨어지면서 인기가 개발도상국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일체형 PC 시장이 점차 커지자 신형 아이맥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속도는 빠르지만 저장용량이 작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속도가 느리고 저장용량이 큰 하드디스크(HDD)를 결합한 퓨전드라이브를 신형 아이맥에 적용해 주목받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일체형 PC 시장의 성장에 맞춰 제품 라인을 꾸준히 늘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다섯 종류의 제품을 처음 선보인 뒤 매년 2∼4개 모델을 추가해오고 있다. 2011년 이 시장에 진출한 LG전자도 보급형 모델과 TV 겸용 모델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 밖에 모뉴엘, 한성컴퓨터, 한미마이크로닉스 등 중견·중소업체들도 속속 시장에 진입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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