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했던 한국은행이 9일 태도를 180도 바꿔 금리를 내린 데 대해 한은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한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의 한 차장급 실무자는 이날 직원용 내부게시판에 실명으로 ‘금리결정에 관한 짧은 견해’라는 글을 올리고 전날 금리인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글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것도 아니고 금리를 인하한 유럽연합과 호주는 기축통화 보유국 또는 그에 상응하는 국가”라며 “물가나 성장전망이 4월에 견줘 특별히 바뀐 점도 눈에 띄지 않아 인하 논리가 매우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금리인하의 배경으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유럽 등 주요국의 금리인하를 거론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어 “정책결정 독립과 정부와의 협조를 모두 잡고자 4월 동결, 5월 인하를 선택한 것이라면 독립성도 구기고 정책협조 효과도 약화하는 상처만 남긴 것”이라며 “한은은 우리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수적 조직문화가 강한 한은에서 직원이 신원을 밝힌 채 총재를 직접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금리인하를 결정한 김 총재에 대한 한은 직원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의미다. 이 글에 달린 40여 개 댓글 상당수도 해당 차장을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한은 홈페이지에서도 금리인하에 대한 누리꾼들의 논쟁이 거셌다. 한 누리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하”라며 “금리인하가 투자·소비 확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고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누리꾼은 “대내외 여건으로 우울해하던 서민들이 감사하며 기뻐할 수 있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한은의 결정을 환영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금리인하 결정을 합당한 결정으로 평가했지만 금융시장과 소통부족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4월 금리동결 후 이달 초까지 김 총재의 발언은 누가 봐도 금리동결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었다”라며 “통화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렸다는 점에서 김 총재의 행보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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