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金대리, 칼퇴근 뒤 가는 곳 ▶▶▶ 영어학원 아닌 경매학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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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 新주류로 떠오른 2030세대

1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한 부동산 경매학원의

‘직장인반’ 수강 모습. 부동산 경매시장에는

기존에 중장년 부동산 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재테크에 밝은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한 부동산 경매학원의 ‘직장인반’ 수강 모습. 부동산 경매시장에는 기존에 중장년 부동산 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재테크에 밝은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토지 지분경매는 토지를 상대적으로 싸게 획득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하지만 유망한 지역인지, 앞으로 대학이나 산업단지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알아봐야 합니다.”(강사)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료는 어떤 식으로 공부하면 좋은가요?”(수강생)

1일 오후 7시 찾아간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한 경매학원 기초경매 직장인반에는 열기가 넘쳤다. 근로자의 날이라서 시내 곳곳이 나들이 인파로 붐볐지만 17명 수강생 가운데 결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노트에 형광펜, 색연필, 포스트잇을 동원해 필기에 집중하는가 하면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쉬는 시간에 토론하는 수강생도 꽤 있었다.

부동산 불황으로 싼 물건이 경매시장으로 대거 흘러들어 경매를 배워보려는 사람이 많아진 지는 수년이 지났다. 특이한 점은 수강생의 연령대. 40대 혹은 은퇴를 앞둔 50대가 주류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눈에 젊은 티가 나는 ‘2030’ 세대가 절반이 넘었다. 티셔츠에 운동화, 아니면 화사한 치마차림이라 이들의 젊음은 더 눈에 띄었다.

경매시장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예전에는 중장년 부동산 전문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재테크에 밝은 20, 30대 젊은 층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경매학원들은 잇달아 직장인반을 개설하는 등 2030세대 잡기에 한창이다.

10년차 직장인 김모 씨(35)는 지난달부터 학원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경매를 공부하고 있다.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어요. 요즘은 더이상 적금이나 주식으로 목돈 만들기는 어려운 시대잖아요. 거래 관계로 만난 분 가운데 모텔을 경매로 인수한 뒤 되파는 사업을 크게 벌인 분이 있어 ‘아, 이거구나’ 했어요.”

그는 경매에 대해 좀더 지식을 쌓은 뒤 올해나 내년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이현민 종로경매학원 원장은 “과거엔 경매하는 사람들을 ‘꾼’으로 봤고, 이들 ‘꾼’의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전체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20, 30대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 “불확실한 미래… 자립기반 마련위해” ▼

월세 챙기는 상가 - 오피스텔에 관심

다른 학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문동진 지지교육원장 역시 “현재 전체 수강생의 60% 정도가 2030세대이며 특히 30대가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매법정에서도 2030세대의 경매 열기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일 찾아본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은 투자자들이 150여 석의 자리를 가득 메웠고, 이 중 상당수는 젊은 커플 등 앳된 얼굴의 투자자였다.

경매시장도 최근 활황세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일 현재 수도권 주거시설 물건은 1만9410건이 나와 6947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35.8%로 지난 한 해 평균(34.4%)보다 상승한 수치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인 낙찰가율도 2일 현재 74.6%로 지난해 평균인 73.7%보다 높아졌다.

○ “불안한 노후, 경매로 대비한다”

경매시장은 부동산 불황기에는 늘 인기다. 좋은 물건도 불황 때문에 경매시장으로 흘러들어오기 마련이고, 투자자들은 ‘이때가 기회’라며 적잖이 몰려드는 것. 요즘 특히 2030세대가 몰리는 데는 물건이 좋다는 이유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깨진 시대를 사는 2030세대가 ‘하루라도 빨리 자립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경매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게다가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종잣돈을 굴리는 방법을 찾던 2030세대가 자연스레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

문동진 원장은 “젊은 수강생들을 상담해 보면 현재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라며 “상가나 오피스텔에 투자해 꼬박꼬박 나오는 현금을 확보하고자 하는 의욕이 굉장히 높다”고 전했다.

임대수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2030세대가 경매시장에 뛰어드는 데 한몫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굳건했던 ‘아파트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월세를 챙길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이 핵심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2030세대도 충분히 투자해 볼 만한 환경이 조성된 것. 저금리 기조로 예·적금의 투자매력도가 확 떨어진 것도 젊은층의 부동산 경매시장행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젊은층이 경매시장에 뛰어드는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재테크가 꼭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전유물일 필요는 없지만 20, 30대가 손쉽게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데만 매몰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경매학원#칼퇴근#직장인 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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