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생존? 합병?… 이순우 직함보면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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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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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이순우 우리은행장(사진)이 내정된 가운데 차기 회장이 행장을 겸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행장을 따로 선임하면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독자 생존하게 되고,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면 우리은행이 흡수 합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달 중순 이 행장을 차기 회장 내정자로 공식 발표한 뒤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한다.

▶본보 11일자 1면 우리금융 회장에 이순우 우리은행장 내정
▶본보 11일자 14면 “우리금융 민영화” 공언… 매각 가속도 예고

회추위와 정부는 아직 이 행장의 회장 취임 이후 일정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금융계는 행장을 따로 선출할 시간여유가 없으므로 이 행장이 회장과 행장을 겸하면서 금융당국과 공조해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장 겸 행장이 광주, 경남 등 일부 지방은행을 제외한 우리금융그룹 지분을 통째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조직을 추스르면서 잡음을 줄이는 데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행장은 은행 직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만큼 행장직을 유지해야 노조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끌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금융지주회사가 원래 자기 그룹 계열인 은행과 우리은행을 하나로 합칠 수 있다. 이른바 ‘원 뱅크(One Bank)’ 구상이다. 이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이 행장 임기까지 우리금융 매각을 끝낸 뒤 통합은행장 직위를 새로운 인물에게 넘길 수 있다.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사에 흡수 합병되면 인수 주체인 금융지주사 회장이 합병 지주사의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차기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도 민영화 종결 시점에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달리 차기 회장이 행장을 겸하지 않고 새로운 행장을 선임한다면 우리은행이 우리금융 민영화 후에도 독자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겸임 카드가 있는데도 굳이 정부가 새 행장을 선임한다는 것은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큰 우리은행을 그대로 둘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 주체인 금융지주사로서도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기 어려우므로 지주사끼리만 합치고 은행을 그대로 두는 것을 손쉬운 합병방안으로 여길 수 있다.

이 경우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금융지주사 계열의 은행과 우리은행이 독자적으로 영업하는 ‘투 뱅크’ 체제가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방안은 우리금융의 겉옷만 팔고 본체는 그대로 둔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은행을 별도 운영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1개 은행 체제로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 회장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민영화 방안을 발표해 매각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할 잠재적 투자자인 대형 금융지주사, 국내 연기금, 각종 공제회, 사모펀드 등이 물밑에서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우리금융#우리은행#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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