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의 푸미흥 지역. 호찌민에서 가장 큰 복합쇼핑몰인 크레센트몰 꼭대기(5층)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스타’에는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학교를 마친 후 자전거를 타고 영화관을 찾은 10대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20, 30대까지가 주류였다. 한산한 다른 매장과 대조가 될 정도였다.
영화 ‘더 기프티드 핸즈’(영화 ‘사이코메트리’의 베트남판 제목)를 보러온 마 프엉 양(18)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메가스타를 찾는다”며 “잘생긴 한국 배우들이 좋아서 한국 영화를 즐겨 본다”고 말했다. 메가스타가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직원으로 근무한 트룽 둥 씨(23)는 “해마다 손님이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직원들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 영화관은 창조경영의 기반시설
메가스타는 CJ CGV가 2011년 7월 인수한 베트남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CJ그룹이 새로운 ‘창조경영’의 시험장으로 낙점한 곳이기도 하다. CJ는 이곳에서 글로벌 창조경영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연구한 뒤 동남아시아 시장 전체에 새로운 영화 문화를 정착시키고,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메가스타는 CJ CGV에 인수된 뒤 해마다 관람객이 60만여 명씩 늘고 있다. 연평균 15%의 성장세다. 올 1분기(1∼3월) 관람객은 170만 명을 넘어섰다. 브라이언 홀 메가스타 대표는 “CJ가 회사를 인수한 뒤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마케팅 등 새로운 경영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CJ 측은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인 수익만을 노리고 베트남에 진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CJ E&M은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새로운 창조경영 전략으로 ‘SGMS 모델’을 만들었다. 이는 진출 국가에 새로운 문화를 심고(Seeding), 충분히 성장시킨(Growing) 다음 한국 문화와 융합(Mixing)해 현지와 주변 국가에 확산시킨다(Spreading)는 전략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한국과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 ‘제3의 CJ’를 세우고 글로벌 진출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태선 CJ E&M 베트남 영화기획개발담당 부장은 “SGMS 모델은 제조업과는 다른 문화 콘텐츠 산업의 특성에 맞춘 새로운 전략”이라며 “기존 글로벌 기업들은 영화관을 수익 창출만을 위한 시설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기반시설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베트남 영화 산업을 키워라
SGMS 모델에 따르면 CJ의 베트남 영화 관련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가깝다. 베트남의 영화관람 산업 규모는 800억 원대로 한국의 약 12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영화 제작 역시 불모지에 가깝다. 베트남에서 한 해 개봉하는 영화는 150여 편이다. 그중 베트남에서 제작되는 영화의 비율은 20%가 채 안 된다. 류승수 CJ CGV 메가스타 사업담당 부장은 “베트남은 1인당 영화관람 횟수가 연 0.1회에 불과하다”며 “여러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더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CJ는 베트남 영화 시장을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호찌민에서 열린 ‘제1회 베트남-한국 영화제’가 대표적이다. 영화제에서는 ‘광해’ ‘완득이’ 등 한국 영화 10편을 선보였고, 한국과 베트남의 영화 산업 관계자들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11월에는 CJ의 글로벌 문화공헌 프로젝트인 ‘2012 호찌민 토토의 작업실’을 개최해 베트남 현지 영화인들과 청소년들에게 영화 제작 기법을 알려줬다.
CJ는 베트남 영화 시장이라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 베트남의 인구 구조와 소비패턴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1억 명이 넘는 인구 중 70%가 40대 미만이다. 류 부장은 “공원이나 길거리 중심이던 여가생활 공간이 점차 영화관을 중심으로 한 복합쇼핑몰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CJ는 이르면 2017년 베트남 영화 산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SGMS 모델의 다음 단계인 문화 융합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베트남 감독과 배우로 구성된 영화도 제작할 예정이다. 장복상 CJ그룹 베트남 지역본부장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진출 계획도 2015년쯤이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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