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학자금-건강검진비도 절반으로 STX에너지 경영권 매각 협상
日오릭스 반발로 법적분쟁 가능성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금 삭감과 조직 축소 등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STX는 임직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조직을 축소해 임원 수를 줄이고 각종 복지비를 없애는 등의 내용을 담은 비상 계획에 임직원들이 적극 동참해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STX는 전 계열사의 조직 통폐합과 슬림화를 통해 인건비와 운영비를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TX는 올해 초 사장단과 임원의 올해 임금을 지난해보다 각각 30%, 20% 삭감하고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했다.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은 실 조직을 폐지했고 ㈜STX와 STX중공업이 본부와 팀의 수를 줄이는 등 계열사별로 조직 규모를 30∼70% 줄였다.
임직원의 복리후생도 축소된다. STX는 임직원 자녀에 대한 대학 학자금 지원, 직원들의 건강검진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1인당 연간 100만∼200만 원씩 지급하던 복지금도 올해 하반기부터 전면 폐지한다. 명절과 창립기념일, 근로자의 날에 임직원에게 지급하던 선물도 중단하기로 했다.
조선해운 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2000년대 초중반 STX그룹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못지않게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이었다. 그러나 불황의 여파로 STX조선해양은 4월 임직원 급여를 일시적으로 삭감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속 엔지니어들이 경쟁 조선사의 경력사원 모집에 대거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진행 중인 STX에너지의 경영권 매각 협상은 STX에너지 최대주주인 일본 금융사 오릭스의 반발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TX그룹은 3일 STX에너지 지분 43.15%를 한앤컴퍼니에 넘기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TX는 지난해 STX에너지의 지분 일부를 오릭스에 매각하고 3600억 원을 유치하며 맺은 계약 내용에 회사 자산가치에 변동이 생기면 오릭스의 지분을 늘려 보전해주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STX에너지는 해외 자원광구, STX건설의 기업어음 등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오릭스는 STX건설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 자산가치 재평가에 해당한다며 신주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줄어든 자산가치를 보전받으면 오릭스의 지분은 최대 88%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STX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오릭스의 신주 발행을 금지하는 민형사상 소송으로라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STX그룹 측은 “오릭스가 초기 투자 당시 재무적 투자자로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것과 달리 불공정한 계약을 근거로 자율협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신주 발행을 운운하며 경영권을 넘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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