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살이 부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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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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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20% 고소득층 64.6%만 내집소유… 투자매력 없어 2년새 4.9%P 떨어져
신혼부부 첫 집 장만 평균 8년 걸려

3년 전 결혼한 주부 김모 씨(28)는 최근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전셋집(106m²)에 2년 더 살도록 집주인과 계약을 연장했다. 세 살짜리 아들이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엔 서울 반포에 새로운 전셋집을 구할 계획이다. 김 씨의 남편은 식당과 디저트 체인점 등 점포 3곳을 운영해 월 소득이 1000만 원이 넘지만 집을 살 생각은 없다. 김 씨는 “10억 원 가까운 돈을 집에 묶어둘 바에야 몇천만 원 정도 전세금을 올려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자기 집을 사지 않고 전세 생활을 하는 고소득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2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고소득층의 자가(自家) 소유 비율이 지난해 64.6%로 2010년 조사 때 69.5%보다 4.9%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의 자가 비율은 46.9%에서 50.4%로 늘었다. 최근 2년 동안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은 가지고 있던 집을 판 반면, 저소득층은 오히려 내 집 마련에 나섰다는 의미다.

집을 장만할 여건은 매년 팍팍해지고 있다. 주택 가격이 연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평균 소득 기준으로 수도권에서 10.1배를 나타냈다. 전국 가계 평균소득을 벌어들이는 봉급생활자가 수도권 집을 사려면 10년을 꼬박 저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을 꼭 마련하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전체의 72.8%로 2010년(83.7%)보다 10%포인트 이상 줄었다.

신혼부부가 처음 집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8년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가구당 평균 주택 크기는 78.1m²로 2010년의 68.7m²보다 10m² 가까이 늘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1 대책 등 정부의 주택 정책 지원이 저소득층에 집중되며 재테크에 민감한 고소득층이 오히려 집을 사들이지 않는 것”이라며 “주택 거래가 원활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계층을 겨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전세살이#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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