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STX, 한숨 돌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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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자금지원 난색 표하던 채권은행 4곳 지주사 자율협약 동의… 3000억 투입
주력 계열사 고강도 구조조정 불가피

STX그룹 지주회사인 ㈜STX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자율협약이 타결됐다. 채권은행들은 ㈜STX에 3000억 원의 긴급자금을 투입한다.

14일 금융당국과 ㈜STX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채권단 소속 금융기관 4곳(우리·신한·농협은행, 정책금융공사)은 이날 산은에 일제히 자율협약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3000억 원을 ㈜STX에 긴급 지원했고 앞으로 6∼7주간 이뤄질 실사 결과에 따라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STX는 이 자금으로 이날 만기가 돌아온 2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했고, 남은 돈은 앞으로 긴급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산은이 일단 3000억 원을 냈고, 나머지 4개 은행은 ㈜STX 채권 규모에 비례해 각자의 부담액을 산은에 정산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771억 원, 농협은행은 504억 원 등을 줄 예정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일부 은행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고도 회사채에 투자한 사람까지 보호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채권단과 이미 자율협약을 맺은 STX조선해양과 달리 ㈜STX는 지주회사 특성상 뚜렷한 사업을 하기보다는 그룹 지배구조의 뼈대 역할을 하는 만큼 지원에 나설 ‘명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금융시장 경색을 우려한 당국이 끈질기게 압박하면서 채권은행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 자율협약이 무산돼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은행이 쌓아야 하는 충당금이 배 이상 늘어나 부담이 커지는 점도 감안됐다.

㈜STX의 자율협약 체결로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 대부분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현재 추진 중인 STX중공업, STX엔진의 자율협약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금융권과 당국의 전망이다. STX팬오션과 유럽·중국 계열사는 매각작업을 계속 진행한다.

극심한 자금난을 겪던 STX그룹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임금을 깎고 경비를 절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6월 중 채권단의 실사가 끝나면 인력 및 사업 축소를 포함해 더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TX그룹 측은 “채권단의 결정에 대해서는 그룹차원에서 따로 할 말이 없다”며 “채권단의 긴축 조치 요구와 별도로 그룹이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조직 축소와 경비 절감 등 구조조정 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훈·이서현 기자 january@donga.com
#stx#자금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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