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 폭락… 배추값 널뛰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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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올해 1월 1만2000원대→5월엔 8000원대로

올해 초 1만2000원대였던 배추 값이 최근 8000원대로 떨어졌다. 7일 오후 충남 예산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산지유통인 박제준 씨가 배추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올해 초 1만2000원대였던 배추 값이 최근 8000원대로 떨어졌다. 7일 오후 충남 예산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산지유통인 박제준 씨가 배추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럴 줄은 몰랐어유.”

7일 오후 충남 예산군의 한 농가. 배추 2000포기가 빼곡히 들어선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산지유통인 박제준 씨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박 씨는 1월 배추 값이 10kg(특품·3포기)에 1만2000원대로 치솟자 봄배추도 ‘잘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길이 120m, 너비 7m의 비닐하우스 17개를 사서 비닐하우스 한 개당 배추 약 2000포기를 심는 계약재배를 했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1만 원대를 유지하던 배추 값이 이달 들어 8000원대로 떨어졌다. 다른 산지유통인들도 박 씨처럼 생각해 배추 재배 면적을 늘렸기 때문이다. 겨울배추는 두 달 정도 창고 안에서 보관할 수 있지만 봄배추는 수분이 많고 물러 보관이 어려워 수확하자마자 판다.

○ 널뛰는 배추 값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1월 1만2353원이던 배추 값은 4월까지 1만 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주 갑자기 하락했다. 이달 1일 9313원이던 배추 값은 7일 7042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주 8000원대로 소폭 상승했다.

봄배추 값 폭락은 일찌감치 예견됐다는 게 유통업계 얘기다. 한파와 기상 악화 등 겨울 기후가 좋지 않아 ‘쓸 만한’ 월동배추가 줄어 값이 올랐다. 그러자 1월 충남 예산과 전남 함평군 등 봄배추 산지유통인들이 배추 계약재배 면적을 크게 늘렸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봄배추 재배면적은 799ha로 지난해(681ha)에 비해 17.3% 늘었다. 생산량은 8만6584t으로 지난해 7만3276t보다 18.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배추 작황이 안 좋아 1만2000원에서 8000원대로 떨어지는 데 그쳤다는 시각도 있다. 장희성 이마트 배추 바이어는 “4월 들어 이상 저온 현상으로 배추가 짓물렀고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져 배추 꽃대가 올라와 배추 잎 크기가 줄어들었다”며 “이보다 작황이 더 좋았으면 1000원짜리 배추가 나왔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작황이 좋았던 2011년 5월에는 봄배추 값이 3754원으로 폭락하기도 했다.

○ 배추 유통체계 개선해야


배추 시세는 최근 몇 년간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장을 담그는 가정이 줄면서 배추 수요가 일년 내내 분산된 가운데 산지유통인들이 지난해 또는 직전 계절 배추 가격에 따라 단순하게 재배 물량을 결정하는 게 주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산지유통인들의 움직임을 고려해 가격을 예측하기보다 값이 오르면 재배를 늘리고, 값이 떨어지면 줄이다 보니 변동 폭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산에서 만난 한 산지유통인은 “과거에 비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작황 정보는 많이 얻지만 서로 경쟁하다 보니 옆 농가나 동료 유통인들끼리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올해도 봄배추 2000t, 고랭지배추 4000t을 6∼7월, 7∼9월에 각각 수매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배추를 수매한 뒤 격리 보관해 수급을 조절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배추와 무 산지유통인들이 중심이 돼 출범한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이 어느 정도 전국적인 수급 조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배추 거래가 주로 경매를 통해 이뤄지는데 산지와 실수요자가 연결이 되지 않다 보니 가격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배추를 공산품처럼 포장 가공해 판매하거나 직거래하는 방안 등 유통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배추가격#배추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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