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사진)이 최근 그룹이 처한 경영위기와 관련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주식을 포함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회사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STX그룹에 따르면 강 회장은 7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그룹 최고경영자로서 그룹이 해체 위기에 몰린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일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신청한 이후 강 회장이 자신의 심경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회장은 “그룹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에 들이닥친 조선해운 부문 장기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자율협약 신청은 협력업체 피해 최소화와 회사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범양상선(현 STX팬오션)과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차례로 인수하며 STX를 국내 10위권 그룹으로 성장시켜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에 이어 지주사인 ㈜STX가 14일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면서 그룹이 해체 위기에 처했다. STX에 대해 긴급 지원에 나선 채권단은 앞으로 자산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e메일에서 “그룹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바치겠다”며 “저에게 요구되는 어떠한 희생과 어려움도 감수할 것이며 채권단과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임직원 여러분의 고용 안정과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지난달 말 STX조선해양에 긴급 자금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채권단에 대주주 주식 처분 및 의결권 행사 제한 위임장, 구상권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강 회장이 대주주 지분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채권단은 강 회장이 경영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 회장은 “과거 호황기의 경영론을 폐기하고 오로지 ‘생존’만을 목표로 경영 전략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위기를 외면하거나 은폐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철저히 자기반성을 하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난흥방(多難興邦·어려움이 많을수록 서로 단결하고 분발해 부흥시킨다) 정신’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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