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칼럼]똑똑한 실패… 창의적 실수… 창조경제 특효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창조경제’가 화두다. 박근혜정부는 저성장 고실업 등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의 돌파구로 창조경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 용어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이건 사람들마다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 하나같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게 있다. 바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다. 실패는 보통 나쁜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식경제시대를 맞아 창의성을 발현시키고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실패에 대해 너그러워져야 한다는 견해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실패를 허용하라는 말이 정당화되려면 오늘의 실패를 통해 내일의 성공을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실패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격려와 독려의 대상이 돼야 하는 건 바로 ‘똑똑한 실패(intelligent failure)’다.

똑똑한 실패는 심 싯킨 듀크대 푸쿠아경영대학원 교수가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그는 기존 사업과 너무 친숙하지도, 전혀 상관없지도 않은 영역에서 적정 규모의 투자와 치밀한 사전 계획하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불확실한 상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를 똑똑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조직 학습 관점에서 유용한 건 바로 이런 특성을 가진 실패라는 게 싯킨 교수의 주장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베른트 크릭스만 독일 응용과학대 교수도 ‘창조적 실수(creative error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조적 실수란 혁신을 목적으로 리스크를 계산해가며 기존 관행과 루틴을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실수를 허용하는 문화가 진정으로 혁신 역량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먼저 ‘옥석’을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크릭스만 교수의 지적처럼 실수를 허용해야 한다는 병적 집착(error euphoria)에 사로잡혀 무턱대고 실수를 용인해선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실수를 은폐하려는 행위나 단순 부주의 혹은 업무 태만으로 인한 실책, 학습 의지가 부족해 발생하는 반복적 실수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인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시스템적 실수’와 혁신으로 가는 중간 여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창조적 실수’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P&G, IDEO, BMW, 3M, 혼다 등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일찌감치 ‘실패상(賞)’을 시상하거나 ‘실패파티’를 여는 방식을 통해 실패를 공론화하는 분위기, 실패를 축하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에버랜드, 제일기획, 롯데건설, KT 등 일부 대기업이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도했거나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진정 효과를 발휘하려면 먼저 실패에 대한 명확한 평가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 세심한 품질 및 안전 관리가 중요한 생산 공장에서 무분별한 실패 용인은 자칫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실패상을 제정해 놓기만 하면 직원들이 앞다투어 도전정신을 발휘하고 자신들의 실패 사례를 적극 공유할 것이라고 착각해서도 안 된다. 앞에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하며 뒤로는 인사고과에 반영해 불이익을 주는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과감한 도전에 나서지 않을 게 뻔하다. 장기적 성공보다 단기적 성과를 장려하는 인센티브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당장 눈앞의 이익만 치하하는 풍토하에서 그 누구도 위험을 감수할 리 만무하다.

삼성이 매년 거행하는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은 그룹의 성과주의 방침을 대표하는 제도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식과 더불어 진행된 시상식에선 수상자 18명 모두에게 1직급 특별 승격과 1억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고 한다. 최고의 실적을 올린 직원에게 회장이 직접 포상하는 행사도 의미가 있지만 창의적 실수, 똑똑한 실패를 저지른 직원들을 회장이 직접 격려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8호(2013년 5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YG엔터의 유니레버 따라하기

▼ DBR 케이스 스터디


사업 확장으로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가 늘어나면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도 이에 맞게 바꿔야 한다.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도 싸이, 빅뱅, 2NE1, 이하이 등 대형 스타가 늘어나면서 일관성 있는 브랜드 관리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개별 연예인과 회사 브랜드와의 관계 설정이 애매해졌다. YG엔터테인먼트는 6개월 동안 회사의 정체성을 살리고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도 망가뜨리지 않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도브, 립톤 등 다양한 제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유니레버처럼 회사의 브랜드는 튀지 않게 유지하면서 각 브랜드(연예인)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집합형 브랜드 전략’을 세웠다.


P&G의 ‘올레이’ 고급화 전략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업의 전략 담당 부서는 대체로 객관적인 수치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을 해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때도 많다. 수학 문제의 정답처럼 단 하나의 전략을 결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따져보고 향후 발생할 걸림돌을 미리 점검해보는 접근법이 더 바람직하다. 실제 P&G는 1990년대 말 피부관리 분야의 고급 브랜드를 만들 때 기존 대중 브랜드(올레이)의 고급화와 경쟁 브랜드 인수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 뒤 가장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올레이의 고급화를 선택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실행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를 차례로 채워가는 전략은 올레이를 큰 성공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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