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등이 하청업체와 거래하면서 정당한 이유 없이 납품단가를 깎는 등의 불공정거래를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을 때 내야 하는 과징금이 대폭 인상된다.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과징금 가중한도도 종전의 두 배로 늘어난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이 담긴 ‘하도급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이 22일부터 시행된다고 19일 밝혔다.
개정 고시에 따르면 현행 1∼8%(법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 기준)로 규정돼 있는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이 앞으로는 3∼10%로 높아진다. 하도급법 위반 행위의 경우 공정위 내부 기준에 따라 위반행위 유형, 위반금액 비율 등을 따져 ‘위반 점수’를 매긴 다음 6개 등급으로 나눠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기존 고시에서는 법 위반 정도와 관련 매출액 규모 등이 경미하면 1%, 심할 경우 8%의 과징금을 매겼지만 앞으로는 3∼10%로 과징금 부과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과징금 액수도 사건 유형과 관련 매출액에 따라 종전 고시보다 20∼7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지난해 하도급법 위반 행위가 적발돼 16억 원의 과징금을 낸 A사가 새 고시를 적용받는다면 26억7000만 원을 과징금으로 내야 했다. 새 고시에 따라 과징금을 냈다면 이전보다 67%나 더 내야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 공정위 직원의 현장조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과징금 가중 한도율도 2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폭언이나 폭행, 고의적인 현장조사 저지 등 조사방해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내야 하는 과징금에 최대 40%를 더 내야 하는 것. 또 관련 자료를 숨기거나 폐기하면 30%, 기타 조사 방해 행위는 20%까지 과징금이 가중된다.
대기업 등 원청업체의 불공정거래를 공정위에 신고한 하도급 업체를 보호하는 장치도 강화됐다.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 거래를 일방적으로 끊거나 납품단가를 대폭 깎는 식의 보복행위를 할 경우 최대 30%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전까지는 이런 행위가 적발돼도 최대 20%까지만 과징금을 매길 수 있었다.
하도급 대금 지급방법 등의 세부 계약내용이 담긴 서면 계약서를 늦게 발급하는 행위 역시 과징금 부과대상에 포함된다. 원청업체가 서면 계약서 발급을 별다른 이유 없이 늦추면서 자연스레 ‘구두 발주’가 되게끔 유도하는 행위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동안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대상에서 빠져 있어 이런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는 영세 업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과징금 규모를 최종 결정할 때 사업 규모를 고려해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깎아줄 수 있는 조항도 고시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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