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백열등이나 할로겐 조명보다 전력 소모가 적다는 얘기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막상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LED 조명을 장바구니에 넣기가 꺼려진다. 비싼 가격 때문이다. 백열등이 한 개에 2000원, 할로겐 조명이 3000원 남짓이라면 LED 조명은 한 개에 1만5000∼3만 원 수준이다. 유지비가 적게 든다고 해도 이 정도 가격 차가 나면 LED 조명이 과연 제값을 할지 의구심이 든다.
동아일보는 필립스전자와 함께 LED 조명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가정집 한 곳을 대상으로 백열등 및 할로겐 조명, LED 조명의 유지비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전용면적 129.45m²의 아파트다.
이 아파트는 거실과 부엌을 잇는 복도 천장, 식탁 위, 화장실, 다용도실, 베란다, 작은방에 딸린 발코니 등에서 백열등 9개와 할로겐 조명 3개를 쓰고 있었다. 백열등의 전력 사용량은 100Wh, 할로겐 조명은 50Wh였다.
먼저 실험 전 계량기의 눈금을 체크했다. 이후 7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12개의 조명을 켜 놓았다. 일주일 뒤 계량기를 확인해 보니 총 149kWh를 쓴 것으로 측정됐다. 냉장고, TV, 세탁기 등 다른 가전제품은 평소처럼 사용해 최대한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했다.
다음엔 기존 백열등과 할로겐 조명 12개를 LED 조명으로 바꿔 달았다. 백열등을 대체할 수 있는 2만2000원짜리 LED 전구(8Wh) 9개와 할로겐 조명을 대신하는 2만6000원짜리 GU5.3 타입 LED 조명(10Wh) 3개를 사는 데 모두 27만6000원이 들었다. 다시 7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조명을 켜 똑같은 실험을 했다.
일주일 뒤 계량기를 확인해보니 112kWh의 전력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조명을 바꾼 것만으로 7일간 37kWh의 절전 효과를 얻은 것이다. 이 집의 경우 한 달이면 약 150kWh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필립스전자 관계자는 “이 가정의 경우 최소 6개월이면 초기 교체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며 “이곳보다 적게 전구를 켜는 일반 가정에서도 교체한 지 1∼2년이면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 김경희 씨(57·여)는 “LED 조명 가격이 비싸다 보니 경제성이 좋다는 말을 들어도 믿기 어려웠는데 전력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보니 역시 바꾸길 잘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 그는 “매달 10만 원 이상 나오는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웠는데 조명을 바꾼 것만으로도 큰 걱정을 덜었다”고 덧붙였다.
LED 조명은 실내온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었다. 백열등을 켠 지 10분 뒤 등의 소켓 부분과 거실 중앙(실내)의 온도를 각각 디지털 온도계로 재보니 소켓 부분은 117도까지 올라가고 실내온도도 27도에 이르렀다. 반면 LED 등을 켰을 때는 소켓 부분과 실내 온도가 각각 31도, 23.1도로 크게 내려갔다. 필립스전자 측은 “백열등과 할로겐 조명은 빛과 함께 열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여름철이면 조명 때문에 더 덥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내 밝기는 LED 조명이 백열등보다 다소 어둡게 느껴졌다. 대체용으로 산 LED 조명은 60W 백열등과 비슷한 밝기로, 기존에 설치했던 100W 백열등보다는 덜 밝기 때문이다.
조명업계는 LED 조명이 백열등이나 할로겐 조명보다 초기 비용이 더 들지만 수명과 전력사용량을 따져보면 훨씬 경제적이라고 설명한다. LED 조명의 수명은 약 4만 시간이다. 백열등과 할로겐 조명의 수명이 각각 1000시간, 2000∼3000시간인 것에 비해 최대 40배 길다. LED 조명을 한 번 바꿀 때 백열등은 최대 40번 바꿔야 하므로 따져 보면 구입비도 덜 든다. LED 조명이 백열등이나 할로겐 조명보다 85% 이상 전력을 덜 쓰는 것까지 감안하면 유지비를 크게 아낄 수 있는 것이다.
김일곤 필립스전자 조명사업총괄 전무는 “각 가정에서 하루 8시간씩 5개의 LED 조명을 쓴다면 교체 비용과 수명을 고려할 때 연간 약 10만 원을 아낄 수 있다”며 “국내 모든 가정에서 기존 전구 1개를 LED 조명으로 바꾼다면 연간 약 4000억 원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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