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에서는 융합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핵심 역량이 될 것입니다.”(이광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ICT 융합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을 겨우 넘을 정도로 미흡한 편입니다.”(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14, 1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제2차 창조경제 종합토론회’에서는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융합 방안 관련 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융합경제의 규모는 2005년 277억 달러(약 31조원)에서 2015년 1628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김 원장은 융합을 활성화하기 위해 ‘칸막이식’ 법과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 수립(2012년) 등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칸막이식의 법과 제도로 융합 연구개발(R&D)을 사업화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U-헬스케어 산업은 기존 의료법상으로 원격진료가 제한되어 있는 등 규정이 미비하고 의료계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대립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민간이 추진하기 힘든 사안도 적지 않은 만큼 국가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규제를 완화해 민간이 자발적으로 ICT 투자에 나서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술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은 “인문학과 문화와 융합되지 않은 과학기술은 한계가 있다”며 “3차원(3D) 영화인 ‘아바타’가 성공한 건 3D 기술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스토리를 구현했기 때문으로 3D 기술을 적용해도 탄탄한 스토리가 없다면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문화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저작물 사용 승인 과정을 단순화하는 등 인문·문화 부문과의 협업을 강화해 창조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정당하게 대접하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허를 침해하는 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존중해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며 “지식재산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융합을 감안해 정부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호진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융합은 기존에 없는 분야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부처 간 책임 소재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으면 공무원들끼리 책임을 떠넘기며 정책 집행이 늦어질 수 있다”며 “개별 부처에 융합정책을 전담할 조직을 만들고 공무원들의 업무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환 한국법제연구원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로 사업할 때 기존 인허가 제도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자율규제 시스템을 마련하고 인허가 없이 신고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규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경제형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교육도 융합형 인재를 배출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성태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창조경제하에서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ICT를 활용해 자신이 필요한 정보 및 지식을 찾아내고 새로운 문제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풀어 나가는지가 핵심 역량”이라고 말했다. 김미란 한국교육개발원 고등·평생교육연구실장은 “대학 교육도 창의성과 리더십, 대인관계 능력을 길러주는 등 창의·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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