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위 그룹 실적악화 직격탄 맞아… 설문 응답 15곳중 14곳 “추가투자 안해”
한국성장률 15년만에 처음 日에 뒤질듯 “규제 풀고 R&D 지원해 기업 기 살려야”
대기업 A사는 지난해 충격적인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보다 4% 정도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금융 비용과 세금 등을 뺀 당기순이익은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이렇다 보니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제동이 걸렸다. 투자 건수는 2011년 15건에서 지난해 5건으로 감소했다. 채용도 늘리지 못했다. 작년 말 임직원 수는 2011년 3월 말보다 오히려 1000명 이상 줄었다. 그렇다고 현금을 쌓아 둔 것도 아니다. 작년 말 현재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전년보다 0.4%밖에 늘지 않았다.
위기에 처한 A사는 특정 기업이 아니다. 동아일보가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KT, 두산, STX, CJ, LS 등 국내 11∼30위 민간그룹(자산총액 기준)의 상장 계열사 86곳의 실적을 합친 결과를 하나의 가상 기업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자료가 없는 부영과 한국GM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11∼30위 그룹만 대상으로 삼은 것은 몇몇 ‘잘나가는’ 대기업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다. 전년과 실적을 비교할 수 있는 국내 상장회사(금융업 제외) 499곳 전체의 지난해 순이익 중 50%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두 회사가, 91%를 상위 20개 기업이 차지했을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다.
분석 대상 대기업들은 ‘난쟁이 증후군’에 빠져들고 있었다. 저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투자를 꺼리는 보수성이 나타나고 투자 여력마저 줄어 기존 기업 순위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11∼30위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그룹 15곳 중 14곳은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완화 약속 등 독려에도 불구하고 추가 투자와 채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데에는 내수 침체와 대외 경제 여건 악화 외에 불투명한 국내 경제정책과 경제민주화 입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빠진 가운데 한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일 한국은행과 일본은행에 따르면 두 나라의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0%로 같았다. 그러나 한은이 최근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2.6%로 낮춘 반면 일본은행은 자국의 성장률을 2.5%에서 2.9%로 높였다. 이 전망이 들어맞으면 한국은 15년 만에 다시 일본에 뒤처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장기 저성장에 빠졌던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로 표현되는 엔화 약세 및 통화 공급 정책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것처럼 우리도 신규 투자를 유도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추락하는 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비산업의 규제를 풀고, 기업에 대해서도 기초 산업이나 연구개발(R&D)을 지원해 장기적인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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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0 08:43:38
떼돈 번 대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건, 곧 전국민을 빈곤하게 만들어 같이 도산하겟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니들이 투자 하면 그들은 수입이 늘어나 소비를 한다. 그 투자 한 돈이 곧 다시 걷히는것이 제갈량의 칠종칠금과 하나도 다를것 없다. 그래도 안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