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알찬 내부+낮은 가격… 비싼 독일차의 고정관념을 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1일 03시 00분


기자레이서 석동빈의 카톡쇼/폴로 1.6TDI R-Line

독일 브랜드 자동차에 대한 이미지는 ‘프리미엄’이다. 고급스럽고 값이 비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을 모두 깨버리는 차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소형차 ‘폴로 1.6TDI R-Line’.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독일 브랜드 차종 중 유일하게 2000만 원대일 뿐만 아니라 수입차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낮은 가격이다. 현대자동차의 준중형차 ‘아반떼’에 모든 편의장치를 넣은 모델과 비슷한 가격이다.

폴로의 모든 것을 채널A의 자동차 전문 프로그램 ‘기자레이서 석동빈의 카톡쇼’에서 자세하게 분석해봤다.

작지만 강한 차

폴로는 가격이 낮은 대신 덩치가 작고 고급스러운 맛은 없다. 경차와 소형차의 중간 정도 크기다. 하지만 안정적인 주행 성능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폭이 215mm에 이르는 중형차급 타이어 사이즈만 봐도 이 차의 성향을 대충 가늠할 수 있다. 출력이 90마력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소형차로는 상당히 넓은 폭의 타이어를 넣어 운전 성능을 강조한 것이다.

국내 최초로 폴로를 타고 전남 영암의 F1서킷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11초가 나왔다. 폭스바겐코리아 측이 발표한 제원보다 0.5초 빨랐다. 낮은 출력에 비해서는 제법 빠르게 속도가 오르는 편이다. 일반적으로 120마력 정도는 돼야 나오는 가속시간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커브길을 안정적으로 돌아나가는 코너링 능력과 운전자의 의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핸들링이다. 영암 서킷은 짧게 S자로 이어지는 커브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고속으로 선회하는 커브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S자 복합 커브에선 경쾌한 몸놀림이 돋보였다. 일반적으로 소형차는 좌우로 무게중심이 급격히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체가 옆으로 크게 휘청거리며 회전반경이 갑자기 커지는 언더스티어 현상을 보이기 쉬운데 폴로는 기자가 의도한 대로 거의 정확하게 라인을 그려 나갔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90도 회전을 해야 하는 곳에서도 뒷바퀴가 땅과의 마찰력을 잃고 미끄러지며 스핀하려는 성향이 잘 억제돼 있었다.

영암 서킷에서 크게 U자로 꺾이는 이른바 ‘자이언트 코너’는 차체와 서스펜션의 완성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폴로는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별도의 튜닝을 거치지 않은 소형차들은 이곳에서 차체가 뒤틀리는 느낌을 주며 거동이 흐트러지면서 불안감을 주지만 폴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깔끔하게 돌아나왔다.

계속 가속하며 고속으로 돌아나가는 커브에서는 차체를 떠받치고 있는 서스펜션이 여유를 부리며 “더 세게 밀어붙여봐”라고 외치는 듯했다. 서스펜션의 능력이 엔진의 능력을 앞서고 있다는 증거다. 폴로는 150마력 정도는 가뿐히 소화할 수 있는 차체를 가지고 있었다.

강한 차체와 함께 폴로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장점은 변속기다. 자동화된 7단 수동변속기가 들어갔는데 변속기에서 갉아먹는 동력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족한 출력을 보완해준다. 게다가 빠른 변속 스피드는 운전 재미를 더욱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차갑고 절제된 디자인


1975년 첫선을 보인 폴로는 현재 5세대 모델로 진화했다. 과거 모델은 소형차답게 디자인에 귀여운 구석이 많았지만 5세대는 최근 폴크스바겐의 디자인 철학에 따라 단순하고 직선적이며 절제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실내 디자인도 ‘독일 병정’처럼 다소 고집스럽고 딱딱한 분위기다.

최근 화려해진 다른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다. 깜찍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미니, 피아트 ‘500’, 시트로엥 ‘DS3’ 등과 비교해보면 더욱 심심하다. 하지만 질리지 않고 담백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운전자들에게는 폴로가 환영받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국내에 수입된 폴로는 폴크스바겐 산하에서 고성능 및 특화모델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R GmbH가 디자인한 스포츠 범퍼와 고광택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 리어 스포일러, 크롬 테일파이프, 발광다이오드(LED) 번호판 조명 등 ‘R-Line’ 디자인 패키지로 화장을 해서 일반 폴로보다는 세련된 느낌을 준다.

편의장치는 기본적인 수준이다. 6개의 스피커와 MP3 파일 재생이 가능한 싱글 CD 플레이어, 외부입력 단자, 후방 주차센서, 레인센서를 포함한 ECM 룸 미러, 전동 접이식 아웃사이드미러를 갖췄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넣으려면 120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안전장치는 충분히 갖췄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에어백이 들어갔고 전자식 차체 자세제어장치(ESC) 등이 들어갔다. 폴로는 유로 NCAP 충돌 테스트에서 별 5개 만점을 받아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디젤 소형차의 장점과 한계

폴로의 L당 주행 가능 거리는 시내에서 16.8km, 고속도로에서 24.0km로 측정됐다. 총 1000km를 주행한 결과 L당 19.6km가 나와 제원의 18.3km보다 높았다. 잘 만들어진 디젤 엔진과 효율이 높은 변속기, 작은 차체가 하모니를 이뤄 환상적인 연료소비효율을 보인 것이다. 주행거리가 많지 않은 운전자라면 한 달에 한 번만 연료를 넣어도 될 듯하다.

하지만 폴로는 전체적으로 볼 때 잘 만든 모델이지만 원가절감을 해야 하는 소형차의 숙명 때문에 단점들도 눈에 보인다. 디젤 엔진의 소음이 약간 큰 편이고 고속주행 중 바람소리도 적지는 않다. 시속 80km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시속 100km를 넘어가면서 바람소리가 커지기 시작해 시속 120km를 초과하면 제법 시끄럽다. 시속 160km에서도 큰 불안감을 주지 않고 잘 달리는 폴로지만 바람소리 때문에 심리적으로 약간 불안감을 줄지도 모른다. 실내 마감재의 재질도 딱딱한 편이어서 약간은 아쉬움을 준다.

폴로의 자세한 영상은 채널A 홈페이지(www.ichannela.com)에서 다시보기를 통해 볼 수 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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