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시장이 부쩍 커졌다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판매량이 늘어나서만은 아니다. 이전까지 절대 다수를 차지하던 세단의 자리를 비집고 다양한 형태의 수입차가 등장하는 모습에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수입차시장이 양적 팽창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이탈리아 피아트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소형차 ‘500’과 함께 선보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프리몬트’는 수입차시장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중형 7인승 디젤 SUV다.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산하 브랜드인 ‘닷지(Dodge)’의 ‘저니’와는 이름과 로고가 다를 뿐 사실상 ‘쌍둥이 차’다. 피아트와 닷지를 모두 취급하는 피아트크라이슬러코리아가 굳이 ‘피아트 버전’으로 이 차를 선보인 이유는 새로 출범한 피아트 브랜드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프리몬트는 틈새시장을 노린 제법 쓸만한 패밀리 밴이다. 7인승 이상의 차량은 국산차 중에서도 그 종류가 손에 꼽을 정도다. 최고출력 170마력의 2L급 디젤 엔진은 2t에 육박하는 프리몬트의 덩치를 날렵하게 움직이게 하기에 다소 힘이 부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가속이 좀 더디게 느껴질 뿐 일상 주행에는 큰 무리가 없다. 딱히 이렇다 할 빼어난 점이 있다고 하기보단 무난한 성능을 보여줬다.
승차감은 안락하다. 시트에 앉았을 때 착좌감이 좋아 오랜 시간 주행이 크게 힘들지 않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AWD)을 장착해 안정성을 강조했다. 2열 시트는 앞좌석보다 살짝 높이를 올려 영화관 같은 느낌으로 구성했다. 뒷좌석들은 펴고 접는 게 자유자재라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140L의 트렁크 적재용량은 3열 시트를 앞으로 접으면 472L까지 늘어난다. 실내는 고급스러움이 느껴지고 수납공간도 다양하다.
8.4인치급의 널찍한 터치스크린과 6개의 스피커를 장착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만족스럽다. 가족 단위로 이동하는 데 사용할 SUV를 원하는 소비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안전장치도 충실하다. 전자식 전복방지 시스템과 타이어 공기압 측정센서를 달았다.
연료소비효율은 차의 육중한 무게 탓에 L당 11.5km로 디젤치고는 그리 높지 않다. 다만 가격은 4990만 원으로 몇 안 되는 ‘수입 7인승 SUV’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대가족의 이동수단으로 적합해 보인다. 따스한 봄날 가족캠핑이라도 떠난다면 꽤 괜찮은 그림이 될 듯한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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