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유독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볼보다. 수입차 도입 초창기인 1990년대 ‘가장 안전한 차’로 명성을 날리며 인기를 독차지했던 볼보는 독일 고급차의 물량 공세와 가격을 내세운 일본차에 떠밀려 점차 존재감을 잃어갔다.
3월 ‘2013 서울모터쇼’에 등장한 볼보의 신형 해치백(뒷모습이 둥글고 뒷좌석과 트렁크를 합친 형태) ‘올 뉴 V40’은 볼보자동차코리아가 내놓은 회심의 반격이다. 볼보의 ‘안전 제일주의’에 가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만족할 만한 성능과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편의·안전장치를 갖췄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책정했다.
‘섹시한’ 뒷모습, 만족스러운 동력 성능
이전까지 다소 투박한 인상을 주던 볼보의 외관은 최근 들어 점차 세련미를 더해가고 있다. 큼직한 뒷 유리를 단 V40의 뒷모습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앞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파격적인 느낌을 준다. 바퀴는 겉이 마치 포장을 씌운 듯 밀폐되어 있다. 연료소비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의도인데 이 차에 미래적인 느낌을 더해 준다.
차 안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넓은 실내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볼보의 디자인 철학인 ‘운전자를 감싸는 디자인’(Designed Around You)은 어떤 조작버튼도 직관적으로 손쉽게 작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용성을 강조한 해치백답게 수납공간도 다양하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최고출력 177마력의 2L급 5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한 ‘V40 2.0 디젤’. 시속 215km의 최고 속도까지 가뿐히 도달할 듯한 가속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연비는 L당 15.4km로 제법 높은 편이다.
6단 자동 변속기를 스포츠(S) 모드에 두고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엔진에서 전해지는 강한 동력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듯 앞바퀴는 강렬한 마찰음을 내며 헛돈다. 제원 상으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8.3초. ‘핫 해치’(고성능 해치백)로 분류하기엔 부족하지만 실제 느껴지는 가속 성능은 수치를 웃돈다.
볼보의 태생은 스웨덴이다. 눈이 많이 내려 험한 도로에서 앞바퀴굴림(전륜구동)은 필연적인 선택이다. 핸들링 성능은 뒷바퀴 굴림방식에 크게 뒤처진다고 보기 어렵다. 가파른 코너링도 안정적으로 파고든다. 후륜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은 비교적 고급 장비인 멀티링크를 달았다. 안락하면서도 단단한 하체 움직임을 보여준다.
보행자 에어백까지 탑재한 ‘안전의 볼보’
볼보 V40은 동급 준중형차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자랑한다.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보행자용 에어백까지 장착하고 있는 덕분에 ‘2012 유로 NCAP 충돌 테스트’ 역사상 최고 점수를 획득하며 가장 안전한 차로 평가 받기도 했다.
V40은 이 밖에도 시속 60km 이하로 주행 중 차 앞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차를 세워주는 ‘시티 세이프티’ 기능을 장착했다. 시내 주행 중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이 저속 주행 중 벌어진다는 조사 결과에 착안한 것이다.
차로를 변경할 때 사각지대에서 다른 차가 접근하고 있으면 사이드미러 아래쪽 램프를 점멸해 위험을 알려주는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블리스’ 기능은 볼보의 전매특허다. 여기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을 이탈하면 운전대에 진동을 가해 운전자 주의를 환기하는 차선유지 보조시스템까지 달고 있다. 다양한 편의·안전장치를 장착했지만 가격은 3690만∼4590만 원으로 동급 모델에 비해 제법 경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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