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사장 취임 1주년을 맞는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은 “올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한국 맥주는 맛없다’는 일부 사람들의 생각을 꼭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58)의 별명은 ‘고신영달’이다. 고졸 출신의 신화이자 영업의 달인이라는 뜻이다. 서울 대경상고를 졸업한 장 사장은 1980년 진로에 입사해 33년간 주류 영업을 해왔고 2010년 1월 오비맥주 영업총괄 부사장이 됐다. 다음 달이면 대표이사 사장이 된 지 1주년을 맞는다.
그는 오비맥주에 영입된 직후 월말마다 맥주를 도매상에 쌓아놓는 일명 ‘밀어내기’를 없앴다. 밀어내기를 하면 회사의 월별 매출이 늘어나지만 재고가 쌓인다. 그 결과 생산한 지 두세 달 지난 맥주가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비맥주 본사에서 만난 장 사장은 “6개월간 쌓인 재고를 소진하느라 생산과 영업 실적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모험이었다”며 “하지만 소비자에게 신선한 맥주를 공급하고 시장의 오랜 관행을 깨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밀어내기는 경영진 의지에 달려”
“대주주(KKR·외국계 사모펀드)를 찾아가 밀어내기를 없앨 테니 일시적으로 매출이 떨어져도 이해해 달라고 했어요. 밀어내기를 근절한 뒤에도 1등이 되지 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죠.”
장 사장은 “밀어내기는 월별 매출 목표에 쫓기는 중간급 직원들은 절대로 깰 수 없는 벽”이라며 “톱(경영진)이 의지와 여유를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 끝에 2011년 8월부터 오비맥주는 부동의 1위였던 하이트진로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장 사장은 “2등이 1등을 쫓아다니면 평생 2등지만, 2등만의 전략을 갖고 게임의 룰을 바꾸면 1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밀어내기 근절이 2등만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는 “주량은 나도 모른다”고 했다. 영업 일선에서 자칭 ‘영원한 을(乙)’로 살아온 장 사장은 술자리에서 상대에게 맞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나는 사람의 주량에 맞춰주는 것이 그의 진짜 주량이다.
그는 대표이사가 된 뒤 자신을 낮추고 고객을 섬기는 ‘섬김(servant)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다. 장 사장은 올해부터 틈날 때마다 돼지고기를 싸들고 중소 납품 협력업체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바비큐 파티를 열어 업체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려는 것이다. 그는 “소통은 눈높이를 맞추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장이 된 뒤 공장 생산직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 사장은 지난 1년간 생산직 직원 750여 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 ‘한국 맥주 맛없다’는 생각 바꿀 것
올해는 오비맥주가 설립된 지 80년이 되는 해다. 장 사장은 “오비맥주가 마지막 직장이 될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한국 맥주는 맛없다는 생각을 꼭 바꿔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술은 그 나라의 음식문화에 맞게 발전하는 것이죠. 풍성한 한국 음식에 걸맞게 맥주도 부드러운 맛으로 진화한 겁니다. 소비자 기호의 문제이지 결코 한국 맥주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를 위해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오비맥주는 현지인의 기호에 맞게 제품을 개발해 해외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수출을 해오고 있다. 세계 30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오비맥주 종류만 40여 종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오비맥주의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해 7월부터 수출하기 시작한 ‘OB골든라거’가 호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을 계기로 올해 안에 영국과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등 14개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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