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사무실에 200여 명의 여성 개발자들이 모였다. 구글이 매년 자사의 신기술을 발표하기 위해 여는 ‘구글 I/O’를 하루 앞두고 여기에 참가하는 각국의 여성들만 따로 초청해 ‘여성 개발자들의 수다(Women techmakers)’라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 기자단 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기자도 초청을 받았다.
토론도, 연설도 없었다. 구글은 그저 5∼10명씩 팀을 나눠 놀이용 전기회로인 ‘리틀 비츠’를 나눠줬을 뿐이었다. 각각의 팀은 1시간 동안 ‘아무 것이나’ 만드는 게임에 빠져들었다. 어떤 팀은 전기회로를 수조에 연결해 가습기를 만들었고, 다른 팀은 종이상자를 이용해 미니 극장을 만들었다.
구글이 이런 ‘사소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여성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여성 엔지니어 육성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 I/O에 참가한 개발자가 총 6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자와 함께 수다를 떤 여성은 전체의 3%에 불과했다. 이곳에서도 여성은 소수집단인 셈이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곳곳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미국 바이오업체 제넨텍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웬디 칸 씨는 ‘위민 인 컴퓨팅’이라는 사내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동료 2, 3명과 시작한 친목모임의 멤버가 남성까지 포함해 20명으로 커졌다. 그는 “믿기 어렵겠지만 입사시험 면접관은 모두 남성이 맡고 있고, 일터에서도 꼭 남성 상사에게 확인받게 하는 사소한 문화들도 있다”며 “이 때문에 회사를 떠나는 여성들을 다시 되돌리고, 사내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직원인 카리슈마 샤 씨는 “한 달에 한 번 ‘구글의 여성들’이라는 모임을 열어 게임, 주제발표, 운동 등을 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여성 개발자들의 수다’를 주최한 메건 스미스 구글 부사장도 “성비가 균형을 이룬 회사가 더 많은 특허를 내고,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며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현실이 오버랩됐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0년 이공계 전공자 중 여성 비중은 학사 30.1%, 석사 26.6%, 박사 23.9%로 점점 줄어든다.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연구원의 비중은 16.7%에 그친다. 성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갖가지 제도뿐 아니라 문화까지 고려하는 실리콘밸리를 보면서 한국의 여성인력 활용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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