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3저(低)의 늪에 빠진 지 오래다. 성장과 고용과 노동생산성 모두가 낮다. 이를 고(高)부가가치의 경제로 바꾸는 일은 정부와 기업의 몫이다. 여기에 필요한 인재는 대학이 길러야 한다. 고도성장 시대에 필요한 근면하고 조직적인 인재보다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인재를 사회에 진출시켜야 한다.
국내 대학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는가. 동아일보와 채널A, 딜로이트컨설팅이 올해 처음으로 청년드림 대학 평가를 하면서 취업 창업 지원 역량을 들여다보는 이유다. 이는 대부분의 대학이 신경을 쓰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싶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자(학생)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학생의 79%는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전국 50개 대학의 4학년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5개 분야, 13개 평가 항목의 필요성 이용률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다.
턱없이 낮은 취업 서비스 이용률은 항목마다 차이가 없었다. 특히 학생들이 가장 원하고 인기가 많은 직업 체험 기회 서비스의 이용률은 9%에 그쳤다. 학교가 취업 창업 지원의 필요성을 느껴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는, 학생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에 소홀해서다. 학생이 외면하는 서비스가 효과를 거두기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수요자인 학생이 무엇을 원하는지 학교가 체계적으로 조사하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다른 대학을 흉내 내는 식으로는 학생의 목마름을 채워 주기 힘들다는 얘기다. 김기동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청년드림 대학 평가는 취업 프로그램 확대 같은 외형적 투자보다는 이용률을 높여 내실을 다질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이번 평가에서 성과에 해당하는 취업률을 제외하고 취업 지원역량(학교의 인프라+학생의 필요성·이용률·만족도)만 분석했더니 고려대가 1위를 차지했다. 직업 체험 기회 및 입사 전형에 필요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점이 돋보였다.
동아대 영남대 전남대 조선대 같은 지방대가 상위 20위권에 들어간 부분도 눈에 띈다. 이들 대학은 지원역량과 취업률을 종합했을 때는 상위 25곳(청년드림 대학)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학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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