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연 4.8% 고정금리로 3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박일하 씨(48)는 최근 대출상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뒤 은행권의 대출상품들을 꼼꼼히 비교하다가 연 3.2%짜리 상품을 발견해 갈아탄 것. 중도상환수수료를 감안해도 박 씨는 연 400만 원 가까운 이자비용을 덜 내게 됐다.
기준금리가 내리면서 ‘대출 갈아타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연 4%대 중후반의 금리를 부담해야 했지만 최근 들어 금리는 연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3년이 채 안 돼 수수료를 내야 할 경우라도 적용금리가 충분히 낮아지면 이자를 절약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3%대로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연 2.75%에서 2.5%로 내리면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달 초 대비 0.05∼0.14%포인트 인하했다. 신규취급 기준 코픽스(COFIX·은행자금조달비용지수)와 연동하는 대출상품은 0.11%포인트, 잔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하는 대출상품은 0.08%포인트씩 내렸다.
신규취급 코픽스 연동대출을 기준으로 최저금리가 가장 낮은 대출 상품은 하나은행(연 3.04%)이다. 농협은행(3.05%)과 신한은행(3.24%)도 최저금리가 낮다. 전국은행연합회에 고시된 신용등급 1∼3등급 기준 10년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74∼3.87%이지만, 대출자 조건에 따라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여지는 충분하다.
금리가 이처럼 낮아지면서 대출을 갈아타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0.25% 인하 효과를 누리려면 은행별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할인금리 등을 꼼꼼하게 따져 가장 이자가 저렴한 금융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꼬박꼬박 이자를 잘 내고 있고, 대출받은 지 3년이 지났다면 지금이라도 대출상품을 바꾸는 걸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무엇을 선택할 지를 두고는 여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당장 올 하반기(7∼12월) 중 기준금리가 1, 2번 더 내릴 여지가 크지만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어떻게 변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만기가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섣부른 선택은 금물이다. 고정금리가 일반적으로 변동금리보다 이자부담이 더 크지만, 향후 금리변동을 감안하면 대출상환계획, 거치기간, 상환기간, 상환방법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적격대출’ 갈아타기 열풍, 올해도 계속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아 장기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적격대출’ 인기도 계속되고 있다. 9억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10∼35년 분할상환이 가능하고 고정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지난해에 ‘갈아타기’ 열풍이 불었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적격대출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갈아타기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
당초 적격대출의 한도가 소진돼 대출이 중단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 당국이 판매 한도를 늘리면서 다소 숨통이 트였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은행별 적격대출 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은행에 따라 다르지만 연 3.74%(SC, 씨티)∼3.93%(국민)의 금리가 적용된다.
4·1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생애최초 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 접수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생애최초 대출요건(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 원 이하)을 갖췄을 경우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대출을 갈아타려면 무엇보다 발품을 팔아 여러 은행의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금리 정보만 믿었다가는 대출에 따른 여러 조건 및 금리산정 기준 정보를 놓치기 쉽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은행 등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고 상품을 비교,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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