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전쟁]<10>양적완화 속 한국 대응전략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국제통화시스템 재편, 한국이 신흥국 리더돼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세계적인 경기 부양 퍼레이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인 양적 완화, 금리 인하 행진은 위기 탈출을 최우선으로 했던 금융위기 직후와는 달리 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양적 완화와 일본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주된 내용), 유럽의 금리 인하에 대해 호주, 뉴질랜드 등 중소 선진국과 한국을 포함한 인도, 중국, 태국, 폴란드, 헝가리 등 신흥국도 최근 금리 인하나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맞서고 있다.

선진국의 대대적인 통화 확장 정책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단기적으로는 원화 강세를 이끌어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상승해 수출업계의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해 유가,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외환위기 및 금융위기도 가져올 수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유입되었다가 급격히 유출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위기 상황이 닥친다. 물론 선진국의 양적 완화로 선진국 경기가 회복된다면 국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적절한 정책 대응은 무엇일까?

첫째, 외환시장에 개입해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것을 막고, 통화량을 적절히 조절한다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대부분의 문제점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외환시장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하면 현재도 상당한 외환보유액의 보유 비용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선진국의 끊임없는 감시와 간섭 아래 지속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신흥국이 이러한 정책을 채택하면 글로벌 불균형이 확대된다.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궁극적으로 국제 통화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경직적인 환율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본 이동을 통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직적 환율 제도를 도입하려면 통화 정책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이는 아무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둘째, 금리 인하 같은 통화 확장 정책이 있다.

이러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경우에 사용 가능하다.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 규모가 워낙 크고, 한국의 금리 수준이 이미 낮아져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셋째, 국제 자본 이동을 통제하는 방법이 있다.

국제 자본 이동을 통제함으로써 자본이 급격히 이동하는 데 따른 위기 가능성을 줄이고 환율에 대한 영향도 약화시킬 수 있다.

최근 논의가 되었던 외환거래세 부가는 세수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자본 이동의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없다.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적어 큰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외환거래세보다 자본 이동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선진국들의 반대 속에서 한국만 독단적으로 자본 통제를 시행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현 상황을 보면 선진국 사이에는 어느 정도 암묵적인 정책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는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무역 분쟁, 국제 통화시스템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의 국제 통화시스템 속에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선진국 중심으로 형성된 시스템 아래 신흥국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불균형이 커져 갈등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국제공조는 신흥국을 포함해야 하며 국제 통화시스템도 재편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신흥국의 의견을 모으고 공동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환율전쟁#국제통화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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