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매체 “한국인 245명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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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역외자료 분석뒤 세무조사”

이수영 OCI 회장 부부 등 한국인 245명이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10개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있는 회사)’를 세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자료를 통해 드러난 내용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 국세청은 최근 영국 미국 호주의 세정 당국에서 방대한 조세피난처의 역외자산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인의 역외탈세 사실이 드러나면 곧바로 세무조사 등에 나설 방침이어서 고소득층과 재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는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CIJ와 공동 취재한 결과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인 이수영 OCI 회장 부부를 포함해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명단은 이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 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 씨, 조욱래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조현강 씨 등 5명이다.

뉴스타파는 탈세가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조중건 전 부회장의 부인이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기 2개월 전인 2007년 4월 하와이 호놀룰루 카피올라니에 195만 달러(약 22억 원)짜리 콘도를 구입했고, 2011년 콘도 명의를 조 전 부회장의 이니셜로 추정되는 이름의 신탁회사로 넘겼다. 이는 ‘생전신탁’이라 불리며 자산가들이 상속·증여세를 줄이는 데 종종 쓰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타파 측은 “오늘 발표한 오너 일가의 이름 이외에도 주소 등으로 파악한 사람이 20여 명”이라며 “대기업 임원이 포함된 2차 명단을 27일 공개하고 앞으로 1주일에 한두 차례씩 계속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ICIJ는 조세피난처에 법인 설립을 대행하는 업체인 PTN과 CTL로부터 내부 고객정보를 입수해 약 170개국의 13만 명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12만2000여 개의 페이퍼컴퍼니에 관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에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사람의 인적사항만 있을 뿐 이 회사를 통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세청 출신인 법무법인 바른의 고성춘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이 자료가 국세청에 넘어가도 세무조사에 착수할 만한 요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해외 재산도피 사건을 맡았던 전현직 검사들도 “이 내용만으로는 사법 당국의 수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도 “만일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거래된 자금이 모인 계좌를 찾아낸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국세청이 최근 확보해 정밀 분석 중인 조세피난처 자료의 파괴력이 훨씬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자료는 ICIJ가 확보한 자료보다 훨씬 방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일부 기업 총수 일가의 명단이 공개되자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재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OCI는 이날 해명 자료를 통해 “이수영 회장이 2006∼2008년 OCI 미국 자회사의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100만 달러(약 10억 원·당시 환율) 정도를 받았다”며 “자산운용사를 통해 버진아일랜드에 개인계좌를 개설했지만 2010년 해당 계좌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OCI 측은 이 회장이 이 계좌에 예치된 돈 중 수십만 달러를 실제 운용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OCI는 이어 “만약 누락된 신고와 납세사항이 있을 경우 즉시 완결하겠다”고 덧붙였다.

DSDL 측은 “회사로선 관련 사항을 알지도 못하고 언급할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도 “조중건 전 부회장은 1990년대 말 현직에서 떠난 뒤 회사와는 아무런 연관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철중·전지성·김창덕 기자 tnf@donga.com
#조세피난처#페이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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