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일본의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연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전날 7.32% 폭락했던 일본 증시는 24일에도 장중 한때 14,000엔(닛케이 평균주가)이 붕괴되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여전히 공포감에 질린 모습을 연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 불안을 촉발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오랫동안 누적돼 있다가 한꺼번에 표출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 ‘디플레 탈출’ 외치다 금리상승 자충수
24일 아시아 금융시장은 전날 ‘닛케이 쇼크’의 여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점검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이날 일본 증시는 오전에는 급등세를 보였다가 점심시간에 “채권 매입으로 장기 금리의 변동성을 피할 것”이라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원론적 발언’이 전해진 뒤 고꾸라졌다. 일본 당국이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을 해소할 만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심리 때문이었다.
이날 닛케이 평균주가는 하루 변동 폭만 1000포인트가 넘는 널뛰기를 한 끝에 결국 전날보다 0.89% 오른 채 마감했다.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커지면서 국가부도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3일 일본과 한국, 중국이 모두 동반 상승했다.
시장은 “올 게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돈을 마구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을 늘리고, 경기를 부양하려는 일본의 무리한 통화정책이 경기를 살리기보다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에 대한 과도한 기대심리는 곧 일본 국채가격의 하락(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 유동성에 힘입어 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자 채권시장에 묶여 있던 자금이 증시로 빠져나가면서 시장금리는 더 빠르게 올랐다. 지난달 초 역대 최저 수준인 0.315%까지 떨어졌던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 안팎으로 치솟았다.
이런 금리상승은 일본 정부가 가장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 재정 상황을 악화시키고 은행 대출금리를 높여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당국과 전문가들은 국채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정부의 부채상환 비용이 1000억 엔 이상씩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 한국에 미칠 영향은 견해 엇갈려
일본 경제의 불안이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보는 쪽은 엔화 약세가 주춤해지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코스피도 엔화 약세의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날보다 0.22% 반등한 채 마감했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가 주춤하면서 엔화 약세가 꺾이면 한국의 수출 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시적인 충격일 뿐 기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직 일본 경제가 건재하고 아베노믹스가 끝날 기미가 없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연성은 크지 않지만 ‘일본 붕괴의 시작’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상당 기간은 금융시장이 출렁일 것”이라며 “다만 일본 경제의 거품이 더 커지기 전에 제동이 걸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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