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최근 올해부터 5년간 170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소프트웨어(SW) 인력 5만 명을 양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우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발(發) 소프트웨어 붐’을 일으켜 부족한 인력 풀을 확대하고 정부의 벤처생태계 환경 구축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이 일환으로 주목한 것 가운데 하나가 계열사인 삼성SDS가 지난해부터 해온 ‘에스젠(sGen·Smart Idea Generation)’이다. 자본금과 전략, 경영노하우 부족으로 시장에서 사장되는 젊은 인재들의 아이디어를 살려 다양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신규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인 ‘에스젠글로벌’은 가장 규모가 크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이를 1500자로 정리해 제출하면 된다. 삼성SDS는 ‘톱6’를 최종 선발해 실제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지난달 마감된 공모전에는 15세 중학생부터 군인, 주부, 50대 직장인까지 각양각색의 예비 창업자들이 2759건의 아이디어를 냈다. 서바이벌 형태의 1, 2차 평가를 거쳐 현재 본선 무대에 13개 팀, 50명이 남았다.
22일 찾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에스젠글로벌의 공동사무실에서는 학교 수업과 회사 업무를 일찍 마치고 온 참가자들이 각자의 방에서 개발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501호에서는 ‘모바일 앱 베타테스트 프로그램’을 개발 중인 ‘앤벗’ 팀원들이 멘토인 정일영 삼성SDS 수석으로부터 한창 지도를 받고 있었다. 앤벗의 아이디어는 모바일 앱을 출시하기 전에 쉽고 값싸게 베타테스트(시험판을 활용해 오류를 점검하는 단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솔루션이다.
“일단 앱 개발회사 중에서도 고객군을 더 구체화해야겠는데요. 제공하려는 서비스가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도 조금 더 명확히 해야 할 것 같고요.” 정현종 대표는 정 수석의 지적을 열심히 받아 적으며 “이번 주말에 보완해 다음 주 중간평가 전까지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2년간 일하다 앤벗을 창업하기 위해 지난해 사표를 냈다. 아프리카 가나에서 가발을 팔다 귀국한 이주형 씨(28),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 다니다 휴학한 이한솔 씨(24), 앱 디자이너 고정현 씨(26·여), 한동대 재학생 윤하지 씨(24·여)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앤벗의 창업 멤버다. 이들은 “에스젠글로벌을 통해 창업의 꿈을 꾸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입을 모았다.
1500자짜리 종이 한 장으로 출발한 에스젠글로벌은 다음 달 최종평가를 앞두고 한창 ‘숙성 단계’에 있다. 앤벗 외에 나머지 12개 팀도 멘토로 지정받은 삼성SDS의 신규사업 개발 전문가들과 매주 한두 시간 머리를 맞대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창업에 성공한 아이템들은 삼성SDS와 파트너십을 맺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는다. 정 수석은 “프로그램의 목표는 국내 소프트웨어 벤처를 육성하는 것, 그리고 삼성SDS와 협력할 수 있는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신생 벤처 파트너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소프트웨어 육성 전략이 결코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이 아니라 삼성의 사업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윈-윈 전략’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1호로 창업한 모바일 벤처업체 ‘퀄슨’도 삼성SDS에 직원교육용 앱을 제공하는 형태로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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