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러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동시에 가동하면서 올해 최대 100만여 명이 빚을 탕감받거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을 보게 됐다. 서민을 도우려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본인의 채무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국민행복기금, 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회복위원회, 민간 금융회사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해줄 사람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이 4월 말부터 채무조정 사전신청을 받은 결과 지금까지 11만 명이 신청했다. 최근 기금 신청 대상이 연대보증 채무자로 확대됨에 따라 금융권은 연말까지 40만 명이 채무탕감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 등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했다가 연체한 사람들에게도 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국민행복기금 수혜자가 올해 7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당시 10억 원 이하의 기업대출에 연대보증을 선 11만 명의 빚을 70%까지 탕감해주는 지원방안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도 대상이 확대되면서 수혜자가 올해만 3만2000명 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신청자는 연말까지 7만∼8만 명에 이르고, 채무자의 빚을 줄여주는 ‘희망모아’ 프로그램 수혜자도 수만 명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회사들이 내집빈곤층(하우스푸어)을 구제하기 위해 자체 프리워크아웃과 경매유예제도를 활성화하면 2만2000가구 정도가 혜택을 보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각종 빚 탕감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채무조정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도 구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외환위기 때 연대보증 채무자뿐 아니라 2003년 카드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피해를 본 사람도 구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각종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대다수 채무자의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감당할 수 없는 빚에 허덕이는 사람을 방치하는 것보다 양지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돕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지원기준을 명확히 해 도덕적 해이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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