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제도 개선 목표치 70점→62.5점… 공기관 고객만족도도 작년보다 낮아
기재부 “3년 평균 기준으로 짜다보니”
지난해 세계은행(World Bank)의 ‘기업환경 평가’에서 한국은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85개 평가대상 국가 중 8위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50여 차례나 기업규제 완화대책을 내놓는 등 기업환경 개선에 노력한 끝에 2008년(23위)보다 15계단이나 상승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성과계획서의 올해 기업환경 목표는 ‘10위’였다. 지난해보다 2계단 낮은 목표치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기재부는 “과거 3년간 평균 순위(14위)를 바탕으로 최근의 상승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기재부의 성과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성과목표가 지난해보다 낮게 설정됐거나, 부적절한 성과지표가 포함된 사례들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이 때문에 정부부처들의 성과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점검하는 일을 맡고 있는 기재부가 정작 자기 부의 성과계획서를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이나, 부실하게 작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의 성과계획서는 국회가 예산을 심의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각 부처가 사업수행 실적, 성과달성 여부 등을 토대로 작성하는 성과보고서, 재정사업 자율평가보고서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취재팀의 분석 결과 기재부의 성과계획서에서 빈번하게 발견된 문제점은 성과 목표치를 지나치게 안정적으로 산정했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성과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해 ‘미흡’ 판정을 받을 경우 부처 예산이 10% 깎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재정제도 개선 및 국내외 재정협의 강화’라는 성과 지표의 경우 설정된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낮게 책정됐다. 이 항목의 성과 지표는 재정전문가 및 지자체 예산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지난해 만족도는 70점인데 올해 만족도 목표치는 62.5점이었다. 기재부는 “보통(50점)과 만족(75점)의 중간인 62.5점을 목표치로 정했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 고객 만족도’ 지표 역시 올해 목표가 87.9점으로 지난해 실적(88.2점)보다 낮게 잡혀 있다.
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의 공식발표와 성과 목표치가 다르게 잡혀 있었다. 정부는 3월에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지난해 12월 말(3.0%)보다 0.7%포인트 낮춘 2.3%로 제시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성과계획서에는 성장률 목표치가 ‘2.3%±1.0%’로 설정돼 있다. 올해 GDP 성장률이 1%대 초반에 머물러도 목표치가 달성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지표의 범위로 목표치를 정하다보니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면서 “2%대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 정책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성과목표 달성 여부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성과 지표도 있다. ‘국제금융 협력강화’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는 국제회의 참석 횟수. 1년에 관련 장관급 국제회의만 5차례 참석하면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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