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맨 제도에 적을 둔 2800명의 투자자가 총 7조7000억 원어치의 한국 주식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맨 제도는 쿠바 인근 카리브 해에 있는 영국령 식민지로 소득·법인세, 상속·증여세 등을 물리지 않아 세계 주요 투자자들이 탈세 등을 위해 선호하는 조세피난처다.
금융 당국은 이들 중 상당수가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국내에 우회 투자하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한국 자본시장에 들어온 케이맨 제도 투자자는 기관과 개인을 합해 2796명이었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의 연고 지역별로 봤을 때 미국(1만2163명), 일본(3444명)에 이어 3위다.
4월 말 현재 케이맨 제도 투자자는 한국 주식을 6조5650억 원, 한국 채권을 1조850억 원어치씩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주식 보유액은 2011년 말 5조1520억 원에서 지난해 말 6조7540억 원으로 1년 새 31.1% 증가했다가 이후 올 4월 말까지 2.8% 감소했다. 전체 외국인 주식보유액의 1.6%, 채권보유액의 1.1%를 이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의 금융 당국은 케이맨 제도에서 들어오는 자금 중 상당액을 외국인으로 위장한 한국인의 자금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자금정보를 캐낼 법적 근거가 미비해 일단 투자 규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세피난처로 우회해 한국에 들어오는 자금을 ‘외국인 투자’로 구분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주식시세 조종에 악용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인 매매동향에 예민한 만큼 조세피난처를 거쳐 투자하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편 비밀계좌가 많이 개설된 스위스에서 한국 증시에 투자한 규모는 4월 말 현재 9조994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주식 보유액이 4조8780억 원, 채권 보유액이 5조1160억 원이다. 다만 스위스 투자자금 중 일부는 대형 투자은행(IB) 등 기관투자가의 자금이고, 특히 채권 투자액 중에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자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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