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붐 꺼지면서 경제 치명상 韓中日 등 협력國 선정… 돌파구 찾기
우라늄광산 개발 외국기업에 첫 허용
#1. 24일 호주 멜버른 시의 콜린스 거리. 프라다 구치 롤렉스 필립파텍 등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상점 안에는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을 뿐 손님은 많지 않았다. 한 상인은 “호주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호주 국민의 명품 소비가 확연하게 줄었다”며 “아시아 국가의 관광객이 아니면 매출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2. 호주 시드니 옥스퍼드 거리의 한 빌딩. 2015년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축구대회인 ‘아시안컵’ 준비가 한창이었다. 영미 언어권에 속한 호주가 아시안컵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클 브라운 아시안컵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아시아 국가들과의 유대를 공고히 쌓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성장이 둔화된 ‘자원부국’ 호주가 새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을 주요 협력국가로 선정해 집중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달 중순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3년은 원자재 등 세계 상품시장에서 ‘슈퍼 사이클(초호황)’이 종료되는 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호주의 자원·에너지경제청에 따르면 최근 12개월간 1400만 호주달러(약 152억 원) 상당의 에너지 및 자원개발 사업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호주에서 광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2012년 기준)나 된다.
이언 맥도널드 호주 멜버른대 교수(경제학)는 “호주 경제는 2000년에 ‘에너지 붐’으로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선호하는 투자지역으로 꼽히는 등 유례없는 호황을 경험했지만 최근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호주 경제도 덩달아 휘청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주는 아시아 국가를 호주의 미래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담은 ‘아시아 세기 속 호주(Australia in the Asian Century)’를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를 전략적 파트너 국가로 선정하고 2025년까지 이들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호주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들 5개국에 대한 호주의 수출액은 전체의 60%에 이른다.
히더 스미스 호주 외교부 부장관은 “호주 내 아시아 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아시아 지역이 중요한 생산기지이자 소비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을 배제하고 호주가 번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주는 모든 학생에게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힌두어 일본어 등 4개 언어 중 한 가지를 가르치는 한편 중국인 관광객 등의 비자 처리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또 투자를 늘리기 위해 규제를 푸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법을 바꿔 가면서까지 투자 참여 의사를 보인 중국 기업에 우라늄 광산 개발을 허용했다. 호주가 외국기업에 우라늄 광산 개발을 허용한 건 28년 만에 처음이다.
존 랭트리 호주 외교통상부 동북아 심의관은 “현재 중단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하루 빨리 재개해 양국의 경제 교류가 더욱 활성화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