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채권은행이 신규자금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면서 쌍용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신청 3개월 만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채권단은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 절차를 밟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건설 채권은행들은 이번 주에 여신정책 회의를 열어 1070억 원의 출자전환과 4450억 원의 신규 자금지원에 대한 방침을 정리한다. 출자전환은 금융회사가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상당수 채권은행들은 쌍용건설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회의를 연 산업은행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른 은행들의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30일 회의를 열기로 했고 신한은행도 이달 중에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채권 비율이 올라가고 손실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75%가 동의해야 개시된다. 쌍용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약 25%의 의결권을 갖고 있고, 산업 신한 국민 하나 등 주요 채권은행들도 약 15%씩 갖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채권금융기관은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건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쌍용건설에 지원하는 액수가 너무 많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신규자금 지원과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작년 9월 이후 쌍용건설에 지원한 금액이 1조1620억 원으로 늘어나 기존 채권액(1조3625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또 채권단은 캠코와 군인공제회도 쌍용건설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건설업계 13위인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이 불발되면 대규모 해외 수주가 무산되고, 1400여 개 협력업체의 2·3차 피해가 우려된다. 채권단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과 대출 등으로 약 2조1000억 원의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크아웃 부결에 따른 후폭풍 우려로 금융 당국도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채권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쌍용건설이 무너지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채권단이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워크아웃이 불발될 경우 파장이 크므로 결국 채권단이 워크아웃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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