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쌀시장 개방 대응 민관합동기구 6월 출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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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화 유예조치 2014년말 종료 대비

쌀 관세화(시장 개방) 유예 조치가 2014년 말 끝날 것에 대비해 쌀 시장 개방 여부와 대책을 의논할 민관합동기구가 다음 달 설립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 당국자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 농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쌀 산업 발전 연구포럼’을 6월 구성해 쌀 시장 개방 관련 대책을 논의한다고 29일 밝혔다.

관세화란 관세를 매겨 상품을 수입하는 방식. 시장의 완전개방을 뜻하는 통상용어다. 한국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와 2004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10년씩 쌀 관세화를 유예받았고 추가 유예를 받지 못하면 2015년부터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쌀 시장 개방은 갈등요소가 많은 사안인 데다 농민 대다수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연구포럼이 발족되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포럼 통해 쌀 시장 개방 기본방향 설정

6월에 출범할 쌀 산업 발전 연구포럼은 정부 학계 농업계의 의견을 모아 쌀 시장 개방 여부 등 정부 정책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수입쌀 관리방식, 관세율 등 쌀 시장을 개방했을 때 필요한 세부 정책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논란이 많은 사안인 만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취지”라며 “포럼에서 합의된 내용이 정책의 기본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쌀 관세화에 따른 국내 농업계의 충격과 손익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발주했다.

한국은 2014년까지 쌀 시장 개방을 하지 않는 대신 의무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해마다 늘려왔다. 2005년 22만5575t이었던 MMA 쿼터는 지난해 36만8006t까지 늘었고 내년에는 40만8700t을 수입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MMA 물량 증가에 따른 재고처리 비용이 급증하자 조기 관세화를 추진했지만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다.

○ 쌀 관세화 추가유예도 가능할까

DDA 협상 때의 합의대로 2014년에 쌀 관세화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한국은 원칙적으로 2015년부터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농민단체들은 한국산 쌀의 경쟁력이 국제 수준에 이를 때까지 유예 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추가유예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4년 UR 협상 합의문에는 한국의 쌀 시장 개방 여부를 2004년 재협상 때 다시 논의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이를 근거로 한국은 DDA 협상 때 10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4년 DDA 협상 때는 그런 조항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아 추가유예를 요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농업계에서는 DDA 협상이 회원국 간 갈등으로 장기 표류하는 상황에서 협상전략만 잘 짜면 추가 유예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자칫 추가유예를 관철시키기 위해 의무수입물량을 더 늘리게 되면 쌀 재고가 늘고, 정부의 재정부담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관세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쌀#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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