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면 신세계상품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은 한층 바빠진다. 전국 매장을 돌며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연구실에서는 세균 증식을 억제하면서도 최적의 맛을 내는 상태를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한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백화점 식품관에 진열된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와 고소한 냄새가 나는 김밥, 신선한 초밥….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침을 삼키면서 ‘살까 말까’를 고민할 때 신세계상품과학연구소의 정부기 책임연구원은 ‘매의 눈’으로 진열 온도나 보관 상태를 살펴본다.
신세계상품과학연구소 사람들은 날이 더워지고 습도가 높아질수록 바빠진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식품의 위생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요즘은 여름철 요주의 음식인 김밥, 초밥, 회, 샌드위치가 집중 감시 대상”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쇼핑카트에 즐겁게 식품들을 골라 담는 동안에도 이들은 분주히 뛰어다닌다.
○ 가장 맛있고 신선한 초밥의 비밀
요즘 신세계상품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의 본격적인 업무는 오후 8시 반에 시작된다. 폐점한 백화점 푸드코트나 식당가의 위생상태와 재료 보관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다. 이튿날 개점 전엔 고쳐야 할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현장에 다시 나간다.
이들이 영업점에 뜨면 모두가 긴장 상태가 된다.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지적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백화점 식품관에서는 270가지 유형에 3만 개가 넘는 식자재들이 판매된다. 산지 표기를 혼동하는 것부터 사소한 실수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연구소는 100가지 주요 점검 테마를 정하고 연중 점검한다. 매장 직원들의 시선에 뒤통수가 따가울 때도 있지만 ‘사감’처럼 깐깐하게 관리한 덕택에 최근 5년간 식품 위생과 관련해 식약청 등으로부터 적발된 건수는 거의 없었다.
식품에 관한 한 만능박사인 이들은 고객들에게 최상의 식품을 내놓기 위한 연구와 조언에도 힘을 쏟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부터 하절기(5∼9월) 동안 초밥 코너 진열대의 온도를 10도에서 15도로 올린 것이다. 기존에는 백화점과 마트에서 여름철 초밥은 온도를 낮춰야 신선할 것이란 생각에서 무조건 차갑게 했다. 그러다 보니 초밥 특유의 식감을 느끼기 어려워져 판매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원들은 초밥의 식감을 살리면서도 세균 번식을 억제할 수 있는 온도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초밥을 제조할 때 초기 세균 관리만 완벽히 하면 냉장 온도를 15도로 5시간 동안 유지해도 세균이나 미생물이 거의 증식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냈다. 덕분에 지난해 초밥 매출은 전년 대비 25% 뛰었다.
○ 깐깐한 ‘사감’ 믿고 “안심하고 드세요”
고객의 어떤 불만사항이나 질문에도 대답을 주는 게 이들의 임무지만 곧바로 답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이런 문제는 관련 전문가에게 의뢰해서라도 밝혀낸다. 한 번은 꽃게에서 기생충처럼 생긴 정체불명의 이물질이 나와 고객이 항의한 적이 있었다. 이물질의 정체가 뭔지 기생충학 전문가들에게 수소문한 끝에 해양 갑각류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협력사를 방문하고 컨설팅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일과다. 더욱이 지방의 협력업체들 중에는 맛이나 제조 기술은 좋지만 위생에 대해 신경을 덜 쓰거나 관련 시설이 잘 안 돼 있는 곳이 많다. 이근배 연구소장은 “장류를 담그는 곳 근처에 축사 시설 등이 있어선 곤란하다. 이런 곳은 바이어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거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적극적인 컨설팅도 아끼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신세계의 고급식품관인 ‘SSG 푸드마켓’의 히트 상품인 경기 여주군의 반건조 고구마다. 인기상품이던 반건조 고구마는 열풍으로 건조하는 과정에 호열성 세균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원들은 꼬박 며칠 동안 제조 과정을 지켜본 뒤에 세균을 없애기 위해 열풍 이후 급랭시키는 과정을 넣도록 조언했고 관련 장비를 설치했다. 그 결과 세균 검출을 제로 상태로 만들었다.
연구원들은 이런 식으로 연간 협력회사 250여 곳을 방문해 조언한다. 전국의 매장과 협력사, 연구실을 오가느라 바쁘지만 조언한 제품의 매출이 뛰고 사랑을 받을 땐 더없이 보람을 느낀다.
여름철 식품 관리와 관련해 가장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이 소장이 지적한 대상은 뜻밖에 가정의 냉장고였다. 그는 “냉장고만 믿고 무턱대고 음식을 쌓아놔선 답이 없다”며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은 정리해야 하며 특히 노로 바이러스 등을 옮길 수 있는 육가공 제품은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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