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오후 8시경 서울 뚝섬유원지에서 권기범 기자가 벌레퇴치용 아웃도어 제품을 착용하고 동양하루살이가 가득한 가로등 아래에 서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름철 야외 활동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벌레와 벌이는 신경전이다. 덥고 습한 날씨에 벌레는 늘고, 사람들의 복장은 짧아져 벌레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게다가 올해는 ‘압구정 벌레’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나 살인 진드기 등 생소한 벌레들이 벌써 우리 입에 오르내리며 걱정을 더하고 있다.
이런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일까.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부터 다양한 벌레퇴치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가량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유원지 일대에서 ‘벌레퇴치 아웃도어’ 제품을 입고 성능을 시험해봤다. 기자가 체험한 제품은 올해 새로 출시된 밀레 ‘미샤벨 재킷’과 라푸마 ‘멀티 스카프’ 등 두 가지였다.
‘미샤벨 재킷’은 국화에서 추출한 천연 방충 성분을 이용해 만든 기능성 소재 ‘안티-버그(Anti-Bug)’를 적용한 바람막이 제품이다. 밀레 측은 “자체 실험 결과 해충의 움직임을 둔화시키고 접근을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멀티 스카프’는 특수 향이 모기를 자극해 접근을 막아준다는 ‘안티 모스키토’ 소재를 적용해 만든 스포츠형 스카프다. 이 제품들은 대부분 밝은 형광색이나 흰색이다. 벌레가 대부분 밝은 색상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각 업체에선 이 제품들에 쓰인 특수 소재가 벌레나 모기를 쫓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개미로 실험을 하면 강력한 성분 때문에 개미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기자는 바지와 신발은 일반 제품을 착용하고 상반신은 눈과 손을 뺀 나머지를 벌레퇴치용 아웃도어 제품으로 완전히 가린 뒤 벌레들이 많이 눈에 띄는 유원지 수상택시 승강장 옆 풀숲으로 들어갔다. 간간이 하루살이가 머리 위로 날아들었지만 모기나 동양하루살이가 달려들진 않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철이 아니기도 했지만 모기에 전혀 물리지 않았다.
좀 더 극단적인 환경에선 어떨까. 오후 8시 지나 날이 어두워진 뒤 밝은 조명 아래에 모여든 벌레 떼 속으로 들어가 봤다. 들어가자마자 동양하루살이들이 얼굴을 때리고 지나갔다. 벌레퇴치 제품으로 가리지 않은 손과 다리에는 벌레들이 여기저기 앉아 마치 꽃무늬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벌레퇴치 아웃도어를 입은 상반신은 피해가 덜했다. 단 한 마리도 내려앉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하반신보다는 눈에 띄게 벌레가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품들을 벗은 뒤 각각 5분씩 조명 아래 바닥에 뒀을 때도 한 마리도 내려앉지 않았다.
벌레퇴치 아웃도어가 피부를 가린 곳만 효과가 있다면 한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입어야 한다. 이날 입은 옷은 가볍고 통풍성이 좋은 소재로 만들어 섭씨 18∼20도의 기온에도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날 체험한 아웃도어 제품은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벌레가 직접 달라붙지 않게 하는 데는 분명히 도움이 됐다. 산행이나 비바크를 할 때 벌레에 물리지 않는 데는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벌레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만큼 멀리 쫓아내지는 못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