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의 ‘출구전략’이 한국 등 신흥국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이 경고했다. 현재 국제 금융계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출구전략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제 석학들은 선진국들의 양적완화가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거품’을 일으켜 갑작스러운 외화 유출 시 충격이 커진다며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개최한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내놓은 진단과 일맥상통한다.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宋鴻兵) 중국 환추재경연구원장 등 참가자들은 “통화량 급증으로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몰려오면 2008년보다 더 심각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며 “외화자산 운용 효율화 등을 통해 환율 변동성 증가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피에르 랑도 전 프랑스 중앙은행 부총재는 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3년 한국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복잡해질 수 있으며 글로벌 유동성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40여 명의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국제기구 및 중앙은행 고위급 인사가 참여한 한은 국제콘퍼런스는 ‘글로벌 유동성 평가’를 주제로 4일까지 진행된다.
랑도 전 부총재는 이어 “금융규제 및 감독과 관련한 정책 협력을 통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면서도 “대부분 중앙은행이 그동안 국내 목표만을 감안한 통화정책을 수행해 와서 국제 공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로 인한) 자산시장 버블은 금융 및 거시경제 안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책 당국자는 자산가격 추세가 전환될 때 은행부문의 잠재적 위험이 금융 불안을 촉발할 소지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취하면서 풀린 자금이 한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이 출구전략을 취하면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다. 특히 양적완화 자금 유입으로 신흥국 경제에 거품이 발생했다가 선진국의 출구전략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금융시장 불안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날 국제콘퍼런스에서는 한국 등 신흥국이 선진국 출구전략으로 인한 금융시장 혼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 확충 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도 “글로벌 유동성을 보유하는 것이 유동성 위기의 대처 방안”이라며 “글로벌 유동성은 환율 변동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 역할도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출구전략의 시기와 방법을 택할 때 신흥국에 닥칠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개회사에서 “선진국 출구전략이 개별적으로 시행될 경우 급격한 자본 이동과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며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3일(현지 시간) 개장한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24일 만에 99엔대로 복귀했다. 이날 오전 10시 4분 엔-달러 환율은 0.70% 떨어진(엔화는 강세) 99.75엔에 거래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 선을 밑돈 것은 5월 9일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불안감으로 최근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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